美 전쟁부 “6~12개월 내 철수 완료될 것”
이란전쟁 관련 독일과 정면 충돌 여파인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플로리다로 이동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일(현지시간)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 약 5000명의 철수를 명령했다. 대이란전쟁에서 미국의 지원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토 주요 회원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숀 파넬 미 전쟁부(국방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이 독일에서 약 5000명의 병력 철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유럽 내 병력 배치 태세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전구 요건, 현지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철수는 6~12개월 내 완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부는 그동안 장기적으로 유럽이 자체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도록 하고, 유럽 내 미군 주둔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혀 왔다.
전쟁부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독일 주둔 미군을 감축을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 밝힌 지 이틀 만에 이뤄진 것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최근 이란전쟁과 관련해 미국이 명확한 출구전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미국이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향해 “독일 경제나 신경 써야 한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현재 독일에는 일본(약 5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3만 5000명 정도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람슈타인 공군기지와 함께 유럽사령부(EUROCOM)와 아프리카사령부(AFRICOM)의 본부가 있는 만큼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안보의 핵심 축 역할 담당하고 있다. 특히 독일 내 미군 기지들은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 주독미군의 철수이 완료되면 유럽 내 미군 규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022년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일부 병력은 미국 본토로 복귀한 뒤 다른 지역에 재배치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인도·태평양과 서반구에 대한 전략적 우선순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 상황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게 미군 감축을 압박하고 이를 현실화하면서 유럽은 물론 중동, 동아시아까지 미군을 축으로 한 글로벌 안보 체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미군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사실상 거부한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 대해서도 수차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다만 트럼프 정부 1기 때도 주독 미군 1만 2000명의 철수를 발표했다가 의회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들어선 조 바이든 정부에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현재 한국에는 약 2만 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한·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주한미군의 역할·책임 재조정과 한국의 국방비 부담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동맹 현대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엔 트럼프 정부가 일부 병력을 괌 등 기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의 재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란전쟁에서 미국 지원 요청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터뜨린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성 조치를 하나둘 노골화하고 있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에서 생산된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내주부터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완전히 합의한 무역 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관세 재인상의 이유로 댔다. 하지만 유럽의 나토 주요 회원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지원 요청을 거절한 데 대해 “기억해 두겠다”며 여러 차례 보복을 암시해 온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조치는 유럽 동맹국에 대한 불만이 깔린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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