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00조 연 HD현대…IPO 규제에 발 묶인 '넥스트 엔진' 로보틱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4.29 06:00  수정 2026.04.29 06:00

HD현대 시총 200조 돌파…현대그룹 계열 분리 이후 24년만

고수익 선박 및 북미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에 계열사 호실적

정부 중복 상장 규제에 HD현대로보틱스 IPO 무산 가능성↑

경기도 분당 HD현대 글로벌센터 ⓒHD현대

HD현대가 조선과 전력기기 호황에 힘입어 그룹 합산 시가총액 200조원을 돌파했다. 2002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24년 만의 기록이다.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과 산업 구조 변화 수혜가 주가를 끌어올렸으나, 차세대 성장축으로 기대를 모았던 로보틱스 사업은 정부 규제에 가로막힌 모습이다.


조선·전력기기 호황에 급등한 그룹 가치

2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주요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최근 200조원을 넘어섰다. 그룹 가치 상승 중심에는 조선·전력기기 부문의 호조가 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에너지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은 각각 글로벌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 확대와 전력 인프라 투자 증가라는 산업 변화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9조9332억원, 영업이익 3조90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2%, 영업이익은 172.3% 증가했다. LNG 운반선과 친환경 연료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 물량이 늘고 생산성 개선 효과가 본격 반영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미국과의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에 대한 기대감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과 해군 전력 보강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이 단순 함정 건조를 넘어 한미 해양 방산 협력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또한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전력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이 ‘장기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래 먹거리 로보틱스, 상장 규제에 ‘발목’

문제는 그룹 내 자동화·스마트팩토리 전략의 핵심인 HD현대로보틱스다. 당초 IPO(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성장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정부의 중복 상장 규제 강화에 제동이 걸렸다.


기존 상장사의 핵심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구조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IPO 추진 동력이 급격히 약해졌다는 것이다.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을 맡았던 주관사들이 파견 인력을 철수하며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쪼개기 상장’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오는 6월 확정될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물적분할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상 수직적 관계에 있는 계열사의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모·자회사 동시 상장으로 인한 일반주주 권익 훼손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주사인 HD현대가 지분 90% 이상을 보유한 핵심 자회사다. 당국이 자회사가 상장될 경우 모회사의 기업 가치가 낮아지는 더블 카운팅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상장의 불가피성을 엄격하게 따지고 있는 가운데 로보틱스의 IPO 추진 또한 보다 까다로운 심사 환경에 놓이게 됐다.


HD현대로보틱스의 IPO가 최종 무산될 경우 시장에서는 HD현대의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대 사업 시너지를 고려한 계열사 간 합병, 혹은 지주사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로보틱스 상장 추진이 중단된 것은 아니며, 정부의 구체적인 (IPO)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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