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시행 한 달을 맞은 가운데,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잇달아 인정하면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1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이달 7일까지 하청 노조 987곳(조합원 14만4805명)이 원청 사업장 368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이 중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31곳에 그쳤고,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해 노동위에 사용자성 판단을 요청한 사건은 279건에 달한다.
노동위는 전날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쿠팡CLS 등 민간 기업 10곳과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9곳, 대학 2곳 등 총 21곳의 원청에 대해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판단을 내린 사건 대부분 하청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민주노총 산하 콜센터지부가 KB국민은행, 하나은행, KB국민카드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받아들였다. 여러 하청 노조가 각 원청과 개별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도 지난 8일 포스코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모두 인용했다. 민간 대기업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첫 사례로, 포스코는 앞으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 3곳 등 총 4개 노조와 매년 단체교섭을 진행해야 할 처지가 됐다.
반면, 서울지노위와 울산지노위는 각각 쿠팡CLS와 SK에너지, 에쓰오일, 고려아연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분리 교섭이 기각된 첫 사례다. 다만 인용 결정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다.
공공 부문에서도 사용자성 인정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368곳 중 공공기관은 153곳(41.5%)에 달한다. 노동위는 지난 2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을 시작으로 9일 한국전력공사까지 총 9곳의 공공기관을 사용자로 인정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는 국세청에 대해서도 하청 노조의 사용자라고 결론 내렸다. 중앙정부 부처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첫 사례다.
경영계가 우려한 쪼개기 교섭이 현실화되면서 원청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청 노조들은 기획예산처, 기후에너지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교섭 공세를 더욱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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