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로 1만 8000명 사망 추정… 하메네이 “美·서방 탓”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6.01.19 07:03  수정 2026.01.19 07:03

이란 당국 “5000명 사망" 확인…하메네이도 수천명 피살 첫 인정


지난 1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뉴시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신정(神政) 세력이 집권한 이란에서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1만 8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주말판 선데이타임스가 현지 의사들로부터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이란의 반정부 시위로 인해 1만 6500~1만 8000명이 사망하고 33만명이 다쳤다. 이란계 독일인 안과 의사 아미르 파라스타 교수는 “완전 새로운 차원의 잔혹 행위”라며 “2022년 시위 때 고무탄과 공기총이 시위대의 눈을 가격했고 이번에는 군용 무기가 사용됐다. 머리와 목, 가슴에 총상과 파편상이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경제난에 따른 반정부 시위가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다양한 기관에서 피해 상황을 추산한 통계가 발표되고 있지만 공식 확인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 언론과 인권단체도 시위대의 전언이나 동영상·사진 등을 토대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이란 당국자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로 약 500명의 보안요원을 포함해 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이 활동하는 이란 북서부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번 시위로 전날 기준 3308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와 별개로 4382건을 검토 중이며 체포 건수는 2만 4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란 당국과 수뇌부는 대규모 사망자 발생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참사의 책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전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수천명이 살해됐으며, 무장한 요원들은 해외에서 반입한 무기로 민간인을 공격했고, 세 살배기 여아도 희생됐다”며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요원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 역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사망자 속출의 원인이 된 강경 유혈 진압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과 서방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폭도들에게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며 이번 사태에 직접 가담했다.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요 사태는 미국이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며, 이란을 집어삼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드러난 사례”라고 덧붙였다. 시위에 서방이 개입돼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반미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관측이이 나온다.


특히 이란 정부가 최근 칼과 기관총은 물론 드론, 저격수까지 동원한 잔혹한 유혈 진압에 나서면서 시위는 잦아든 형국이다. 이란은 지난 8일부터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고, 현재 국제망 접속을 영구적으로 봉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등 권위주의 열강이 방관하고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중동 친이란 추종 세력들도 축출되거나 쪼그라든 상황에서 이란 집권 세력 입지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17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종교 기념일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 신화/뉴시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의 정권 교체까지 언급하며 하메네이를 압박했다. 그는 17일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하메네이를 ‘병든 사람’이라고 부르면서 “이제 이란에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 지도자들은 억압과 폭력에만 의존해 나라를 통치한다”며 “리더십은 존중에서 나오는 것이지 공포나 죽음을 통해 얻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시위는 상당 부분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태다. 이란 당국도 학교 수업 재개, 인터넷 복구 방침 등 소식을 전하며 혼란이 수습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정부 시위를 독려하고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의 군사 작전을 기대했던 일부 이란인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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