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미 기획전 60% 인상…국립 문화시설 ‘관람료 현실화’ 신호탄? [D:이슈]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1.12 09:27  수정 2026.01.12 09:28

무료 혹은 그에 가까운 가격으로 굴러가던 국립 문화시설의 '입장료 현실화'가 새해 들어 구체화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일부 기획전 요금을 60% 올리며 첫발을 뗀 가운데 관람객 급증으로 몸살을 앓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전 유료화 검토, 20년째 동결된 궁궐·조선왕릉 관람료 조정 논의까지 한꺼번에 탄력을 받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서도호 작 '네스트(Nest/s)' ⓒ국립현대미술관

12일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미)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서울관 기자간담회에서 '유료 차등화 전략'을 통해 일부 기획전 관람료를 기존 5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하고 기획전을 제외한 나머지 전시는 2000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인상 대상은 국제 미술계의 대표 작가를 소개하는 국제 거장전으로, 3월 데미안 허스트전과 8월 서도호전이 포함됐다. 국현미는 운송비 상승을 인상 이유로 들며 "데미안 허스트 전시에 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이 가운데 운송비가 7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입장료 현실화 논의의 불씨는 이미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중박)에서 크게 달아오른 상태다. 국중박은 지난해 연간 누적 관람객 65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관람객이 급증하며 '오픈런' 등 혼잡도 문제와 함께 운영 재원이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국중박의 2025년 운영비 예산은 약 325억 6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고 소장품 구입 예산은 2020년부터 5년 동안 39억 7900만원으로 동결 상태다. 이에 유홍준 관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료화 시점과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입장료 조정 논의는 박물관을 넘어 궁궐·왕릉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4대궁(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과 조선왕릉, 종묘 등 궁능 관람료는 2005년부터 20년간 동결돼 왔는데 지난달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유산청 업무보고를 통해 "온 국민이 세금을 내서 관리비를 내고 방문하는 소수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날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입장료 인상을 두고 "국민 공감대와 공청회등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으나 국립 문화시설을 방문하는 사람들 역시 인상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CST 부설 문화행정연구소가 지난해 11월 개최한 '궁·능 서비스 관람료 현실화 방안 정책 연구' 공청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들이 같은 달 6~21일 관람객 2341명을 대상으로 관람료로 얼마나 낼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고궁·종묘는 평균 9730원, 능·원은 평균 8435원을 낼 수 있다고 답했다. 비(非)관람객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지불할 수 있다고 답한 관람료는 고궁·종묘 평균 9211원, 능·원 평균 8468원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선 국가 문화·유산시설이 관람료로 운영과 보수 재원을 마련하는 흐름이 더 분명하다. 특히 기준에 따른 차등 요금을 두는 분위기다. 프랑스는 이달 14일부터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유궁에서 유럽경제지역(EU·EEA) 외 방문객 요금을 인상(루브르 22→32유로, 베르사유 32→35유로)한다. 추가 수입으로 보존·복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일본도 국립 박물관·미술관을 대상으로 외국인에게 내국인보다 더 높은 입장료를 받는 '이중가격제'를 검토 중으로 외국인에게 국립 문화시설의 재원 부담을 지게 하는 방식도 부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과 세계의 흐름을 미루어 보아 올해부터 우리나라 국립 문화시설 곳곳에서 입장료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료화가 공공성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청소년·취약계층의 입장료를 면제 혹은 감면해주고 재방문 혜택·멤버십, 관람료 수입의 투명한 재투자 구조 등 제도 설계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