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카드제 도입 ´해외서도 꺼리는 전시행정´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09.06.05 09:07  수정

독일 바이에른주 2006년 전자카드 의무화 후 매출 반토막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 훨씬 커 효율성과 시행의도에 의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체육진흥투표권(이하 스포츠토토) 등에 한해 현금 이용을 차단, 이용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전자카드를 사용하게 하는 전자카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체육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전자카드제가 도입될 경우, 전자카드제 도입 시 연간 1500억 원 이상 기금이 축소돼 스포츠토토 사업은 물론, 국내 체육 재정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전자카드제 도입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스포츠토토를 통해 조성된 체육진흥기금은 총 3332억 원으로 전체 체육진흥기금의 무려 94.1%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고객 이탈로 인한 발매액 감소로 인해 연간 약 1500억 원 이상의 기금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합법사업은 위축되는 반면, 불법 도박이나 인터넷 카지노 등 불법시장은 급속히 팽창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외국의 사고 사례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독일 바이에른 주, 전자카드 도입 후 스포츠베팅사업 매출 변화.

전자카드제? 독일은 이미 매출 반토막

전자카드제가 시행되면 스포츠토토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주민등록증을 제시해 카드를 발급받은 다음 현금을 충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구매했는지 모든 구매 정보가 낱낱이 기록으로 남는다.

이 같은 전자카드제 도입은 긍정적인 효과 보다는 부작용이 많아 대다수 국가에서 도입을 꺼리는 게 사실이다. 특히,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매출액 급감이 예상되기 때문.

실제로 독일 바이에른주의 경우, 2005년 5억1000만 유로에 달했던 매출이 현재 사감위가 추진 중인 의무 전자카드제 도입 3년만인 2008년에는 2억5800만 유로로 떨어져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전자카드 의무화에 따라 고액 베팅이 감소하는 등 일부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이탈한 고객들 중 상당수가 전자카드 없이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해외 스포츠베팅 사이트와 불법 사설베팅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이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현재 스포츠 베팅 사업을 시행중인 나라들 가운데 전자카드제를 도입한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사감위가 제시한 강력한 규제 방안은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사감위는 6개월 동안 55일 이상 베팅한 기록이 있으면 과다 이용객으로 분류해 전자카드 이용을 제한하고, 3시간의 교육까지 받게 하는 등 이용자들을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매출 총량제를 적용해 발매의 확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방침은 이중규제이자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상황에 이렇게 되자 지난달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 한국프로축구연맹 곽정환 회장, 한국농구연맹(KBL) 전육 총재, 한국배구연맹(KOVO) 이동호 총재 등 4대 프로스포츠 단체장들이 서울 신라호텔서 만나 전자카드제 도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한 체육단체 관계자는 토토가 사행산업이면, 지금까지 프로스포츠를 즐긴 모든 국민들은 도박꾼인가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해당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함에도,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감위가 형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만 거친 채 내부적으로 확정된 시행안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등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전자카드제 시행 대상에 포함된 스포츠토토 사업의 경우 판매점주의 대부분이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인 상황에서 이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전자카드 도입은 현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지적도 있다. [데일리안 = 이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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