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등에 고무된 민주당 민생외면 강성기조만 난무
´몸낮추기 - 눈치보기´ 급급 한나라당 주도권 의지 실종
지난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 가는 길엔 수십만의 추모 행렬이 뒤를 따랐다. 카메라가 닿는 곳마다 노란 물결이 넘실거렸다. 국민장이 치러진 1주일 동안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분향소 등 전국 309개 분향소에서 500만명이 조문을 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김수환 추기경의 추모객(40여만 명)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모객(200만 명)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노란 물결은 ‘노사모’로 대표되는 노 전 대통령의 열성지지자들이 다수였지만, 순수한 참여자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영결식에 이어 서울광장에 열린 노제에 참여한 추모인파는 주최측 추산으로 50만명에 달했다. 그 색깔만 ‘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었을 뿐,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열기를 떠올리게 했다.
추모 열기의 흐름에 따라 향후 정국이 요동칠 수도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시민사회단체들이 ‘6.10 항쟁’과 ‘6.13 여중생 압사사건’을 맞아 대규모 장외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노동계의 하투(夏鬪) 등이 노 전 대통령의 추모열기와 섞여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심의 파도에 쓸려’ 지지율 역전한 민주당
‘서거정국’ 이후 정치지형에 변화를 예고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곳곳에 나왔다.
특히 일부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확산되고 있는 ‘여권 책임론’과 맞물려 전통적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한나라당의 지지율 추락은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광범위한 실망이나 불만이 서거정국에서 한층 격상된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인 ‘윈지코리아컨설팅’의 30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27.3%로 한나라당(20.8%)을 6.5%포인트 차로 앞섰다.
‘한겨레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지난 30일 벌인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27.1%로, 한나라당(18.7%)을 8.4% 포인트 앞섰다.
양당 지지율 역전은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2005년 4.30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에 뒤지기 시작한 뒤로 4년여만으로, 민주당은 서거정국 이전까지 10%대 지지율에 그쳤다.
여론조사 시점이 영결식 다음날이라는 점과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이 진보매체였음을 고려하더라도 ‘4년 만의 역전’은 향후 정국의 흐름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 국민장이 전 국민의 애도와 관심 속에 치러지며 나타난 단기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재 맞은 민주당 ‘다시 찾은 노란빛’
민주당은 ‘4년 만의 지지율 역전’에 굳히기 전략을 펴고 있다. 본격적인 대여 공격모드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고 ‘반(反)이명박 진영’의 세결집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인적 쇄신 △법무부장관 등 관련 인사 해임 등을 요구했다.
정세균 대표는 31일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보복이 부른 억울한 죽음으로 이 정권의 반성과 책임이 필요하다”면서 이 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정 대표는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로 검찰권을 스스로 정치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면서 “강도 높은 검찰의 전면적 개혁을 위한 제도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그동안 거리를 두었던 이전 태도와 달리 노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잇는데 주력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은 노무현 정신의 계승 작업과 추모 사업을 해나가겠다”면서 “그 분이 평생을 던져 노력해온 정치개혁, 지역주의 극복, 국가균형발전, 남북 평화번영의 과제를 민주당이 껴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민주당이 조문정국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동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지도부가 과거 참여정부의 적자라고 볼 수 없으며 비주류로 배제됐던 친노와 386 세력이 자기 목소리를 높여갈 경우 내부 분열의 가능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살얼음판’ 걷는 한나라당 “평상으로 돌아가자”
한나라당은 민심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숨죽였던 민심이 각종 민감한 정치사회 일정과 맞물려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될 우려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민주당이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했지만, 이를 맞받아치기 어렵다. 민주당의 의도대로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 여권의 ‘몸 낮추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안상수 원내대표는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 “그 대상이 누구든지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흔들림 없이 엄정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 수사에 있어서 과거부터 내려온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시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의 문제점이 일각에서 지적됨에 따라,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와 ‘잘못된 관행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원내대표는 전날도 “이제 평상으로 돌아가 모든 문제는 국회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물론 여론의 향배가 변수겠지만 작년의 촛불정국처럼 조문정국이 장기화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정국 주도권을 다시 찾는 것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법 전쟁에, 북풍도 불어오면
여야는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또 다시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미디어법 처리는 이미 여야합의사항인 만큼, ‘원칙에 따라’ 이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미디어법은 3당 원내대표가 6월에 처리하기로 약속한 것인 만큼, 존중해 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등을 강행 처리하려 한다면 이를 결사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언론악법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MB악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와 함께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이후 고조되는 ‘북풍’도 6월 정국의 또 다른 변수다.
북한이 서해 NLL에서 군사적 도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도발을 강행 할 경우, 안보 정국이 조성돼 여권이 잃었던 정국 주도권을 되찾을 수도 있다. 반대로 대북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미흡할 경우 여권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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