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부 원년” 힘찬 포부…국정자원 화재에 고개 숙인 행안부 [2025 정책뷰]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5.12.23 11:36  수정 2025.12.24 10:32

AI·클라우드 행정 디지털정부 본궤도 안착

국정자원 화재는 AI 정부 숙제로 남아

성과와 한계 동시에 드러난 지방분권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0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중앙대책본부 회의 전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행정안전부는 72조839억원 규모 예산을 바탕으로 디지털정부·재난안전·지방시대를 3대 축으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정부 안착 등 분명한 성과도 냈다.


하지만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국가 전산망 700개 안팎이 멈춰 섰다. 행안부가 쌓아 올린 디지털 인프라의 신뢰에는 큰 흠집이 나는 사건이었다.


올해 행안부에 대해 ‘기반 확충’이라는 확실한 성과와 ‘관리 실패’라는 향후 과제가 극명하게 교차한 해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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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정부의 괄목할 성과에도 국정자원 화재가 드러낸 취약점


올해 행안부 예산은 72조839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가운데 지방교부세가 67조385억원, 사업비 4조6362억원, 기본경비·인건비 4092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디지털정부 업무에는 약 8213억원이 배정됐다. 디지털예산에는 노후 장비 통합(1627억원), 범정부 인공지능(AI) 공통기반 구축(54억원) 등 전산 인프라와 데이터 행정을 위한 핵심 사업이 포함됐다.


정부는 제2차 전자정부 기본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주요 공공서비스 디지털 전환율 80%, 행정·공공 클라우드 전환율 100%”를 공식 목표로 제시했다.


행안부는 여기에 맞춰 공공서비스를 기획 단계부터 디지털 기반으로 설계하고, 국민이 선택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디지털정부 업무계획과 정부혁신 실행계획에는 범정부 통합창구 2차 구축, 전산 장애관리 체계 고도화 등 구체적인 과제가 담겼다.


2025년 행정안전부 주요 이벤트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세계 1위 전자정부 경험을 바탕으로 AI 전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며 이른바 ‘AI 민주정부’ 구상을 내세웠다. 취임 초부터 정부혁신 실행계획과 주요업무계획에서도 데이터 기반 행정을 전면에 배치했다.


실제로 공공서비스 통합창구 2차 구축과 전산 장애관리 체계 정비 등이 병행되면서, 한 곳에서 민원·인허가·행정서비스를 처리하려는 디지털 행정의 큰 틀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러한 디지털정부 구상이 안고 있던 구조적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화재 직후 정부24·국민신문고·우정사업본부 전산망 등 온라인 서비스 70개와 국가 업무시스템 647개가 중단된 데 이어, 피해 집계 재조정 과정에서 중단 시스템 수가 709개로 정정되면서 국가 전산망 관리·정보 공개 체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무정전 전원장치(UPS) 교체 공정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가운데, 재해복구 설계와 배터리 안전 프로토콜이 충분히 작동했는지 여부를 두고 정치권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예견된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한 사례”라고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디지털정부 인프라 확대가 행정 효율과 데이터 활용을 앞당긴 것은 분명하지만, 단일 센터에 핵심 시스템을 집중시키는 구조가 재난 상황에서 국가 기능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재난안전, 조직·예산은 확대…위기 대응력은 여전히 시험대


행안부는 2025년 재난안전 분야에 1조6000억원대 예산을 반영하며, 인력 확충과 조직 개편을 묶은 재난안전 패키지를 내놨다.


재해위험지역 정비, 재해복구 지원, 지능형 CCTV·관제 시스템 구축 등에 예산을 집중하고, 재난담당 공무원의 수당 인상과 승진·포상 확대, 24시간 상시 재난상황실 운영 확대 등 구조적 개선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중앙부처·지자체 재난안전 역량 강화 방안에는 지자체 재난부서 위상 상향, 전담 인력 보강, 장기 비상근무의 보상 확대 등이 포함됐다. 그동안 ‘책임은 크지만 대우는 낮다’는 지적을 받던 재난 담당 인력 처우를 개선하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윤호중 장관은 “국민의 생명·재산을 지키는 최전선에 서 있는 재난 담당 공무원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높이겠다”며 담당 인력 처우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가 전산 재난과 이상기후 속 집중호우·산불 대응 등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모습은 제도·예산 확충이 곧바로 위기 대응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시켰다.


국정자원 화재 당시 피해 규모 파악과 복구 우선순위 설정에서 혼선이 반복되고, 일부 지역 재난 대응에서도 인력·장비 격차에 따른 대응 속도 차이가 나타나면서 ‘매뉴얼과 조직 개편이 현장까지 얼마나 내려갔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1월 19일 오후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여 지방자치 미래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시대·균형발전…체감 격차는 여전


지방자치는 올해로 출범 30년이 됐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들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행안부도 ‘지방시대’를 국정 핵심 기조로 유지하며,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강화에 정책 역량을 투입했다.


지난 11월 열린 ‘2025 지방시대 엑스포’에서는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을 앞세워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광역 거점과 특화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다극 체제 구상을 제시했다.


윤호중 장관은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과 함께 “통합을 추진하는 지방정부에 서울특별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며 지방자치·지역성 강화를 강조했다.


재정 측면에서 보면 전체 예산 중 67조385억원이 지방교부세로 편성됐다. 이는 올해 행안부 전체 예산 72조839억원의 93.0%에 해당되는 수치다. 그만큼 지방재정 지원 비중은 매우 크다.


여기에 매년 1조원 안팎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인구감소지역 등에 배분되며, 지방소멸 위험 완화와 지역 활력 회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균형발전종합정보시스템(NABIS)과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 등 정량 평가체계도 정비되면서, 각 지자체의 정책 수행도와 성과를 숫자로 관리하는 틀이 어느 정도 구축된 상태다.


하지만 인구와 일자리, 생활 인프라를 기준으로 한 체감 성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2025년(2024년 실적 기준)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 결과에서 울산·세종·대구, 전남·경남·경기·경북 등 일부 지자체가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인구·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은 여전히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평가 지표가 중앙정책 이행 정도와 행정역량에 초점을 둬, 주민 삶의 질이나 지역 경제 활력처럼 ‘체감도’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여러 지자체에서 인구유입·청년창업·생활 SOC 사업으로 활용되며 순기능을 하는 상황에도 수도권 쏠림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큼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한 행정전문가는 “올해 행정안전부는 예산과 제도, 인프라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정자원 화재와 지역 격차가 보여주듯 숫자의 확장을 신뢰의 축적으로 바꾸는 과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이제 행안부가 증명해야 할 것은 얼마를 계획하고 집행했는지가 아니라, 그 정책이 국민 일상과 지역의 시간을 얼마나 안전하고 고르게 만들었는지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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