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약가 제도 개편에 비대위 기자 회견 개최
복지부, 오리지널 대비 53% 수준 제네릭 약가 인하
비대위, 제약사 매출 타격에 R&D 투자도 1.5% 감소할 것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방배동 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가 제도 개편안에 대해 제약·바이오 업계가 ‘산업 미래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연간 수조원의 손실은 물론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 등 국가 보건 안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2일 서울 방배동 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약가 제도 개편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하며 대대적인 약가 인하를 예고했다. 핵심은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수준인 제네릭(복제약) 약가 산정 기준을 2026년 하반기부터 40%대까지 낮추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오리지널 약가 대비 50% 이상인 3000여개 품목은 내년부터, 45~50% 사이인 1500여개 품목은 내후년부터 약가 조정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복지부는 국내 제네릭 가격이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조정을 통해 연평균 약 2500억원, 4년간 1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약사 체력 남아 있지 않아…연간 3조6000억원 피해”
정부의 이같은 구상에 대해 윤웅섭 비대위 이사장은 “국내 상위 100대 제약사의 순이익률이 3%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약가 산정 비율을 40%로 낮추는 것은 산업 전체에 연간 3조6000억원의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 이사장은 “수익이 1% 줄면 R&D 투자는 1.5% 감소한다”며 “이번 개편안이 제약·바이오 5대 강국 도약을 노리는 국가적 목표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1999년부터 누적된 약가 인하액이 이미 63조원에 달해 국내 제약사들에게 더 이상 감당할 체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이사장은 “제약 산업 기반이 무너질 경우 산업 특성상 장기간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확장, 기술수출로 이어온 산업 성장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 건강권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비대위 측은 일본의 지속적인 약가 인하가 제네릭 의약품의 32.1% 가량이 공급 부족을 겪는 ‘품절 사태’로 이어졌음을 언급하며, 자국 생산 비중이 줄어들 경우 보건 안보가 위협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30% 안팎에 머물러 있다.
조용준 비대위 이사장은 “최근 6년간 147건의 의약품 공급 중단 사례가 발생했고 특히 항생제와 분만유도제, 신생아 치료제 등 응급 상황에 필요한 필수의약품의 품절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산 전문 의약품 공급 기반의 약화는 곧 국민 건강 위협으로 직결, 제네릭 의약품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번에 도입되는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도 과거 실패로 판명된 시장형 실거래가제의 변형된 반복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란 요양 기관이 약을 싸게 살수록 지급하는 장려금으로, 정부는 이를 현행 20%에서 50%까지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해당 제도가 요양 기관의 과도한 할인 경쟁을 유발해 유통 질서를 파괴하고, 재정 절감액이 연구개발로 선순환 되지 않고 대형 병원 등에 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 측은 “국공립 병원 입찰에서 발생한 초저가 낙찰 폐혜가 병의원, 약국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제약사의 정상정 영업 구조 약화로 판촉 영업자 의존 심화 등에 따른 요양 기관 리베이트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는 정부에 ▲개편안 시행의 일정 기간 유예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 산업 영향 등에 대한 입체적인 평가 ▲산업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합리적인 개선안 도출 등을 요구하며 태도 변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노연홍 비대위원장은 “제약 바이오 산업은 보건 안보와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이라며 “이번 약가 인하 제도 강행시 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산업계와 함께 국민 보건과 산업 성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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