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 꺼낸 대통령 업무보고, 코미디 같은 상황 연출”

김훈찬 기자 (81mjjang@dailian.co.kr)

입력 2025.12.19 09:30  수정 2025.12.19 10:01

[나라가TV] 최수영 “위서 논란 분명한데 역사기관 질책

“국민 귀에 남은 건 ‘환단고기’뿐”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과정에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거론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수영 정치평론가가 “대통령 메시지 관리 실패가 빚어낸 코미디 같은 장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911년 계연수라는 인물이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환단고기는 단군 고조선 이전의 시대를 주로 다룬 책으로 고대 한민족이 한반도를 넘어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지배했다는 주장을 담은 역사서다. 주류 역사학계에서는 인용 문헌 출처가 불명한 점 등을 들어 위서(僞書)로 취급한다.



최수영 평론가는 지난 15일 데일리안TV 정치 시사 프로그램 생방송 ‘나라가TV’에 출연해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언급하며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나. 특별한 관심이 없는 모양”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환단고기를 실제로 아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은데, 이를 최고 권력자가 꺼낸 것부터가 비정상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단고기는 한마디로 국수주의적 상상에 가까운 이야기”라며 “세계와 문명을 우리가 지배했고, 로마까지 영향력이 미쳤다는 식의 주장은 역사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1910년대 만들어진 책인데 일본식 표현과 일본식 한자가 등장하는 점만 봐도 문헌적 신뢰성을 갖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수영 평론가는 “만약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문헌적 역사로 인정한다면 참새를 독수리라고 부르는 셈”이라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그럼 반지의 제왕도 역사서냐, 백설공주는 실존 인물이냐’고 비유한 것이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백번 양보해 대통령 개인이 역사에 관심이 있어 환단고기 같은 위서적 주장에 호기심을 가질 수는 있다”면서도 “문제는 왜 이를 대한민국의 정규 역사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자리에서 꺼냈느냐는 것”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동북아역사재단은 교육부 산하 기관인데, 정작 불수능 논란이나 입시 제도, 공교육 정상화 같은 중요한 교육 현안은 사라지고 환단고기만 남았다”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는 달러 밀반출, 교육부 업무보고에서는 환단고기만 기억된다면, 도대체 업무보고를 왜 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최수영 평론가는 “내년도 국정과제가 환단고기 재조명과 책갈피 달러 단속이냐는 냉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화자로서 던진 말 중 국민 귀에 남는 게 환단고기와 달러뿐이라면 이는 명백히 메시지 관리 실패”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환단고기를 믿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그는 “믿는다고 하면 더 큰일이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발언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주류 사학의 토대인 삼국사기,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까지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발언을 최고 지도자가 가볍게 던지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수영 평론가는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대통령의 언어가 어떻게 국정 메시지로 남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금처럼 가다가는 정책은 사라지고 논란만 남는 국정 운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치열하게 요동치는 정치권 흐름을 진단하는 데일리안TV의 ‘나라가TV’는 오는 22일(월) 오후 1시 유튜브·네이버TV 채널 ‘델랸TV’에서 생방송으로 시청자를 찾는다.


이날 방송에는 박상수 국민의힘 전 대변인이 출연해 주요 현안을 짚고 향후 정치지형 변화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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