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로 수요 확인
오라클發 'AI 무용론' 등 투자 경계도 부상
지난 10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와 HBM3E 실물이 전시돼있다.ⓒ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4분기 실적의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와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실적 눈높이도 빠르게 상향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당초 15조원 안팎에서 최근 19조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약 15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의 원가 부담 우려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가 전사 실적을 사실상 견인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실적 상승세가 뚜렷하다. 4분기 영업이익이 15조~1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직전 분기에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뛰어넘는 수준이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서버 고객사에 HBM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고, 일반 서버용 D램 가격 반등 효과도 동시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실적 개선의 핵심은 메모리 수급 구조 변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과 고사양 D램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 역량을 HBM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빠듯해졌고, 이는 전반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단기 실적 반등을 넘어, 실적 체력이 한 단계 올라간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HBM은 단순한 메모리 제품이 아니라, AI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격 협상력 역시 공급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메모리 업황에서도 확인된다. 메모리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는 마이크론은 최근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과 강한 수요 전망을 제시하며, 공급 부족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이 136억4300만달러(약 20조1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4억1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8%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47%를 기록했다. 이는 증권가 예상치(128억 달러)를 약 6% 이상 상회한 수준이다.
마이크론 측은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히며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해 "HBM4를 포함한 내년 전체 물량에 대해 가격과 공급 계약을 이미 마쳤다. 다음 분기부터 HBM4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메모리 기업들에 대한 실적 기대치 상승 전망은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내년부터 메모리 시장이 본격적인 '공급자 우위'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서버 고객사들의 메모리 수급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가격 인상 여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내년 D램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6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HBM 성장과 서버 DDR5·기업용 SSD의 가격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AI 거품'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앞두고 오라클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기로 했던 투자사가 결정을 철회했다는 소식에 '대규모 AI 설비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시장 우려가 확산된 바 있다.
긍정적인 실적을 낸 마이크론은 시간 외 8% 급등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418.14포인트(-1.81%) 내린 2만2693.32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관련 악재에 휘말린 오라클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AI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AI에 대해 환호하는 국면에서 벗어나 엄격한 검증에 나서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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