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책갈피 달러·환단고기 발언 논란 지속
장동혁 "대통령 말이 공격적이면 사회질서 파괴"
16~19일도 업무보고 생중계…말실수 여부 관심
野 "개딸 자극 목적…李대통령 지친 국민 확보 必"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국민의힘이 연이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논란에 은근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 공개 행보를 할때마다 국민 정서에 반하거나 위헌 논란이 있는 발언들을 꺼내면서 여론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당내에선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들이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을 자극해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이와 반대되는 메시지와 정책으로 맞불을 놔 반사이익을 거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16일부터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업무보고를 진행한다. 17일에는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원자력안전위원회,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경찰청, 소방청의 업무보고도 진행된다.
다음날인 18일엔 국방부 및 병무청·방위사업청, 국가보훈부가, 금요일인 19일에는 외교부와 재외동포청, 통일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와 검찰청, 성평등가족부에 대한 업무보고가 이어진다. 해당 일정들은 모두 생중계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연속 업무보고 생중계를 기대 섞인 눈초리로 기다리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세종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일어난 '책갈피 달러' '환단고기'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지난 5일 충남시 타운홀 미팅에서는 "집값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데 대책이 없다"고 발언하면서 지속해서 이슈를 만들어 주고 있어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요즘 이 대통령의 말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국무회의, 기자회견, 업무보고, 자리를 가리지 않는다"며 지난 12일 인천공항 관련 업무보고를 받다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말이 참 기십니다'라며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아연실색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 대표는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환빠 논쟁'이 있지 않냐고 묻고,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고 강변했다"며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역사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지금 이 대통령의 말은 불안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장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중 "내란특별재판부가 왜 위헌이냐" 발언 △9월 30일 국무회의 중 "검사들이 되지도 않는 것, 기소하고 무죄 나오면 항소한다"는 발언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이 (북한에) 잡혀 있다는 게 맞아요?"라고 되물은 발언 △12월 5일 충남 타운홀 미팅 중 "집값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데 대책이 없다"는 발언 △12월 9일 국무회의 중 "정치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 단체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는 발언 등을 이 대통령의 망언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정치인의 힘은 말에서 나온다. 정치인의 말에 권력이 더해지면 그 말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며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말 한마디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이 불안하면, 국민의 삶이 불안해진다. 대통령의 말이 공격적이면 사회 질서가 파괴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본청 앞에 설치된 '8대 악법 저지' 릴레이 천막 농성장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특히 최근 터진 '환단고기'나 '책갈피 달러' 논란은 이 대통령의 실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통령이) 말이 헛나왔다고 사과하면 될 터인데 해명이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환단고기가 졸지에 역사학의 '문헌'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 사장을 겨냥한 '책갈피 달러' 논란은 전 정부 인사를 향한 사퇴 압박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3년 6월 인천국제공항 사장으로 임명됐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무엇을 누구한테 물어야 하는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모욕을 주는 모습"이라며 "정책 점검이 아니라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더 이상 버티지 말고 나가라고 하는 무언의 압력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환단고기를 소환하고 공사 사장을 면박주는 이 대통령의 발언들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개딸들 말고 또 있겠느냐"라며 "과거 당대표 시절 강한 발언들로 개딸들을 자극해서 재미봤던 걸 그대로 이어가는 것 같은데 지금은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것과 전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생각해 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말실수는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인 '명청(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대표)대전'이 본격화 되면서 이 대통령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본인 지지층을 향한 강성 행보를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확한 배경은 모르겠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이 국정은 물론 공천과 당의 주도권을 놓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이 이런 강경한 태도로 발현되는 것 같다"며 "존재감 확보가 목적인 것 같은 이런 사고가 계속되면 우리(국민의힘)야 좋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지친 무당층 확보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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