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4·3 진압' 박진경 대령 유공자 취소 검토에 "사회적 논의 필요 취지"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2.15 17:56  수정 2025.12.15 17:58

李대통령 직접 지시에 박진경 무공훈장 취소될까

"심의 거치지 않을 수 있단 조항 논란 생기지 않겠나"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고 박진경 대령의 수훈 취소를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해 다시 한 번 심의하고 검토해보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무엇보다 무공수훈자일 경우 보훈 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원래 거쳐야만 유공자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문제는) 무공수훈자이기 때문에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조항이 있다"며 "어쩌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항임에도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으로 인해 사후적인 사회적 논란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방부도 박진경 대령에 대한 무공훈장 서훈 취소 검토를 했다는 것과 관련해 "국방부에서 말하는 수훈에 대한 재검토는 다른 이야기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비슷한 수훈 사례와 관련해서는 "모든 무공수훈자를 소급해서, 혹은 전수조사(를 하라는) 뜻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문제와 관련해 "관련법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가능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박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의 근거가 되는 무공수훈에 대한 재검토는 관계기관 협의와 관련 법령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박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 논란을 가리켜 "제주 4·3 희생자는 국가폭력의 희생자"라며 "이념과 진영의 첨예한 현장에서 사실대로 판단하고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훈법에 따르면 서훈 추천권자는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서훈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서훈 취소 여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무공훈장 추천권자인 국방부는 박 대령의 무공훈장 수훈과 관련해 현재 공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박 대령의 공적 사항은 제주 4·3사건 당시 진압 작전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군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에 주둔하던 국군 제9연대장으로 부임해 4·3사건 진압 과정에서 강경 작전을 지휘한 인물이다. 박 대령은 부임 한 달여 만인 같은 해 6월,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 장교들에게 암살당했다. 이후 1950년 을지무공훈장이 추서됐다.


무공훈장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서 전투에 참가해 뚜렷한 무공을 세운 인물에게 수여되는 훈장이다. 총 5등급으로 구성돼 있으며 을지무공훈장은 1등급 태극무공훈장 다음으로 높은 등급이다.


박 대령은 지난 9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를 통해 최근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는 제주 4·3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박 대령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반면 4·3단체들은 국가 폭력의 책임자를 미화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 유족은 지난 10월 을지무공훈장 수훈 사실을 근거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고, 서울보훈지청은 이를 받아들여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4·3단체 등에선 반발이 터져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가유공자 지정의 근거가 된 무공훈장의 공적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4·3사건과의 연관성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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