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H200 중국 수출 허용, HBM 수요 급증 가능성
차단됐던 고성능 칩 수요 개방, 시장 기류 변화 촉각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30일 오전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접견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200’이 중국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국내 메모리 업체에도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AI 인프라 확대의 직·간접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H200 제품을 승인받은 고객에게 출하하도록 허용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국가안보가 유지될 것이라는 조건하에서의 결정”이라며 “판매액의 25%는 미국에 지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일자리 지원과 제조업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H200은 현재 중국에서 공급 가능한 H20보다 훨씬 높은 사양의 칩이다. 지난 2023년 출시된 엔비디아 ‘호퍼’ 기반 가운데 가장 고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오픈AI의 챗GPT 돌풍을 이끈 핵심 칩 라인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에는 최첨단 AI 칩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수출 통제 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AI 반도체인 H100의 성능을 대폭 낮춰 개발한 것이 저사양 H20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신 세대인 ‘블랙웰’과 곧 출시될 ‘루빈’은 이번 허용 범위에서 제외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H200만으로도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대형 빅테크와 클라우드 기업이 원하는 것은 가능한 한 빠르고 많은 AI 연산능력이기 때문이다.
중국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업체들이 H200을 확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HBM 수요가 동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200 한 개에는 HBM3E(5세대) 6개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업계는 중국이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순간부터 공급망 전체에서 재고 확보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며,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수혜를 점치고 있다.
실제로 두 회사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8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지난 10월 삼성전자를 HBM3E와 차세대 HBM4의 핵심 파트너로 지목했고, SK하이닉스는 이미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HBM의 설계·생산·테스트 생태계가 모두 한국에 집중된 만큼, 제품 출하가 늘어날수록 국내 업체의 매출 개선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한편 H200 공급이 중국 시장 내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AI 칩 통제로 중국은 자체 칩 개발에 투자하며 기술 격차를 좁혀왔지만, 아직 고성능 영역에서는 엔비디아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다시 확보하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현지 업체들의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를 우선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H200 수출 허용이 어느 정도 수요를 만들어낼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최근 AI 칩을 확보하려는 중국 주요 기업들의 요구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플랫폼과 클라우드 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장 중 한때 전일 종가 대비 3% 이상 오른 18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185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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