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추천'에 소극적인 與
野, '인사 청탁' 사태로 추천 압박
'비서관급' 金, 감찰 대상 미포함 문제
사실상 견제 불가능에 '법 개정' 지적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지난달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인사 청탁' 사태를 해소할 카드로 '특별감찰관'을 꺼내 들었다. 내부 감찰 결과 청탁은 없다고 결론 냈지만, 대통령실을 투명하고 올바르게 끌어가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확산된 이유인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 대한 조치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김 실장은 '비서관급'이라 특별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는 탓에 견제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재차 국회에 '특별감찰관' 추천을 요구했지만, 여당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장 추천 절차에 돌입하자는 야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야권에선 대통령실과 여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미루기 위해 소위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초반 특별감찰관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으며, 직접 국회에 추천 요청까지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라고 지시해놨다"며 "지금이야 한 달밖에 안 됐으니까 비리를 하려 해도 할 수 없었을 텐데, 혹여라도 미리 가능성을 예방하고 봉쇄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은 4개월 넘게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른바 사법 개혁과 내란 청산 등 여러 과제에 집중한 탓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간 '인사 청탁' 사태를 기점으로 특별감찰관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입장은 없다. 상황을 보겠다"며 "이 문제는 국회로 추천 요청이 오는 것이기에 조만간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뉴시스
'특별감찰관'은 지난 2016년 사퇴한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쳤지만 9년째 공석이다. 문재인·윤석열 정부 당시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는 여야 이견에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정권에 따라 여야의 입장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특별감찰관 제도 필요성에 공감했고 나아가 '조국 사태'로 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국회가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야 간 합의로 특별감찰관 후보군을 정하기로 했음에도 다른 쟁점에 밀려 끝내 추천되지 않았다. 이는 윤석열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권을 한 차례 뛰어넘어 다시 특별감찰관 공을 받은 민주당은 이번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대통령실은 국회에 계속 공을 넘기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집권여당을 맡는 순간 권력을 분산하기 꺼리는 심리가 작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을 특별감찰관에게 일부 부여함으로써 권력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문제는 권력자가 권력을 분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탓에 여야를 떠나 특별감찰관이 임명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주도권을 잡은 국민의힘은 야당 몫 후보자를 찾겠다고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현수막에 '현지누나 우리 일자리도 챙겨줘요. 대한민국 청년'이라는 문구를 넣어 '인사 청탁' 논란을 부각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다만 여당이 특별감찰관 추천을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불신은 여전한 분위기다. 앞서 국정감사 당시 김 실장을 출석시키는 문제도 비슷하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은 립서비스를 하고 민주당은 알아서 뭉갠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훈식이형, 현지누나 사건'만 보더라도 특별감찰관 임명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되며, 계속 추천을 미룬다면 결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짬짜미'를 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강명구 의원은 YTN라디오 '더인터뷰'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합작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는데, 지난 김 실장을 국정감사장에 출석시키는 상황도 똑같았다"며 "대통령실에선 국회에서 부르면 나가겠다고 했지만 여당에서 좌초시켰는데, 이번에도 책임을 국회로 던질 것이고 여당은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특별감찰관 임명으로 김 실장을 견제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불편해하고 김 부속실장이 두려워할 만한 인물로 특별감찰관을 지명하시면 된다"고 주장했지만, 김 실장은 특별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감찰대상자는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이다. 김 실장은 제1부속실장이지만 '비서관'에 속한다. 이에 여당에선 특별감찰 대상에 김 실장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정치적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김 실장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공격하면서 특별감찰관을 얘기하는데,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이 분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공세를 하다 보니까 앞뒤도 해당도 안 되는 사람을 (특별감찰 대상으로) 요구하는데, 법을 개정하면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일부에선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1부속실장은 사실상 수석 이상의 권력을 가졌음에도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특별감찰 대상엔 제1부속실장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수한 보직이지만 비서관이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수석 이상의 권력을 누리는데도 직위가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문제이기 때문에 개정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 인물을 비서관급에 숨겨놓고 비선처럼 일하는데, 견제가 안 되는 것은 문제"라면서 "특별감찰관 취지에도 맞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김 실장이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도 특별감찰관 도입으로 대통령실에서 사전 예방이 이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사실 문제가 터지면 특검이나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며, 특별감찰관은 사실상 사전 예방하는 제도로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처벌에 목적을 두는 것보다 예방을 위한 목적에 초점을 둔다면 긍정적으로 선순환 효과를 만들 수 있고, 내부 자정 작용과 예방을 한다는 취지로 감찰관 제도를 유연하게 만든다면 제도가 적극적으로 안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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