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받은 조 편성?! '멕시코월드컵'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5.12.08 19:15  수정 2025.12.08 19:15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조 편성. ⓒ Xinhua = 뉴시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FIFA 북중미(미국·멕시코·캐나다)월드컵’ 조 추첨에서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이 속한 ‘최악의 조’를 피해 A조에 배정됐다.


한국(피파랭킹 22위)은 지난 6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멕시코(15위), 남아프리카공화국(61위), 유럽 플레이오프(PO) 패스D 승자와 A조에 편성됐다.


본선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 북중미월드컵은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와 3위 중 성적 상위 8개 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조 4개팀 중 최소 3위에 들어야 32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A조 순위를 가를 가장 큰 변수는 패스D 승자가 될 전망이다.


패스D에 속한 체코(44위), 아일랜드(59위), 덴마크(21위), 북마케도니아(65위)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격돌해 1개팀이 A조에 합류한다. 패스D 최종 승자는 내년 4월 결정된다.


월드컵이라는 무대가 주는 중압감은 크지만, 어찌 됐든 “축복받은 조 편성”이라는 평가도 나올 만큼 조 추첨 결과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포트1에서 피파랭킹 상위 국가들을 피하고 비교적 수월한 상대인 개최국 중 하나인 멕시코를 상대한다. 포트3에서도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뛰는 노르웨이를 피했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유럽팀 중 부담스러운 상대인 이탈리아(12위), 우크라이나(28위), 튀르키예(25위)와도 붙지 않는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도 “A조에서는 패스D로 올라오는 유럽팀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멕시코와 한국이 각각 1~2위를 차지하며 32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홍 감독은 조 추첨 결과를 미국 현지에서 직접 확인한 뒤 “준비를 잘 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고지대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멕시코에서만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른다. 조 추첨 결과를 놓고 일각에서는 “북중미월드컵이 아니라 멕시코월드컵이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3경기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는 만큼 이동 거리에 따른 부담은 거의 없다. 문제는 1,2차전이 펼쳐지는 아크론 스타디움이 해발 1600m 고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공기 밀도가 낮은 고지대에서는 산소 섭취량이 평지에 있을 때보다 떨어져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기압도 낮아 공의 속도도 빨라진다. 고지대에 대비한 훈련량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3차전이 펼쳐질 장소는 고온다습과도 싸워야 한다.


고지대와 고온다습이라는 환경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조 추첨식 이후 멕시코로 이동한 홍 감독은 베이스캠프 후보지 5곳 이상을 답사하는 행보도 이러한 이유다.


그러나 국내 일부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은 “고지대나 고온다습보다 더 급한 것이 홍명보호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홍명보호는 아시아 3차 예선을 무패(6승4무)로 통과했지만, 강팀과의 평가전에서는 기복이 심했다.


홍 감독이 시도한 스리백은 브라질전에서 0-5 대패를 막지 못했고, 파라과이전에서는 2-0 승리했다. 월드컵 조추첨까지 끝난 시점에도 다듬어지지 않은 수비 전술은 홍명보호의 월드컵 전망을 확실하게 밝히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강인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두껍지 못한 중원 자원도 홍명보호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표팀은 11월 A매치 2연전에서 ‘중원의 사령탑’ 황인범이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와 마주했다. 승리를 따내긴 했지만 정교한 패스플레이를 볼 수 없었다.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황인범이 빠진 데다 백승호마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중원 조합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중원 조합이 자리를 잡지 못한 가운데 조직력의 견고함도 떨어졌다. 중원을 건너뛰고 후방에서 롱패스를 하거나 이강인이 아래로 내려와 볼을 끌고 올라가는 움직임이 자주 눈에 띄었다.


원활한 빌드업이 되지 않다보니 중간에 볼을 빼앗겨 역습을 허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멕시코와 유럽팀을 상대로 이런 내용이 이어진다면 승점 확보도 쉽지 않다.


‘멕시코월드컵’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시급하게 해결하고 보완해야 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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