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통합' 내세웠지만…'내란청산' 기조 유지에 정치권 '분열' 고조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2.04 05:00  수정 2025.12.04 05:00

李 "내란 진압 과정…빨리 끝내 볼 것"

'선 내란청산·후 통합' 기조에 뿔난 야당

"적대·분열 가득…오만한 정부에 투쟁"

민주당, 李지지에 '내란몰이' 고삐 강화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정의로운 통합'을 국정 기조로 제시했지만, 야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내란 잔재' 청산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해 전향적으로 사과하며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내놨지만, 정부·여당의 '내란 몰이' 기조에 감정을 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정의로운 통합'이 핵심 키워드지만, 이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한 '통합'과는 결이 다르다. 내란 청산을 '암 제거'라고 표현하며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조금 길고 지치더라도 치료는 깨끗하게 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즉, 내란 잔재 청산 후 '국민 통합'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선 고통이 수반된다"며 "만약 감기 같은 사소한 질병을 1년씩 치료하면 무능한 거지만, 정말 몸속 깊숙이 박힌 치명적인 암을 제거하는 것은 쉽게 끝나지 않는 만큼, 나라의 근본에 관한 문제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 재발 방지를 위한 합당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담자를 가혹하게 끝까지 엄벌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라면서도 "깊이 반성하고 재발의 여지가 없다면 용서하고 화합하고 포용해야 하겠지만, 통합이 봉합을 의미하지 않는 만큼 적당히 미봉해 놓고 해결됐다고 하면 또 재발하기 때문에 조금만 더 견뎌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표면적으로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내란 잔재 청산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밝히자 미래지향적인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생각하는 정의로운 통합 범위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국가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이를 조정하고 하나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도 "통합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둑한테 통합의 명분으로 '좀 덜 훔쳐라'고 하는 것은 통합이 아닌 만큼 '정의로운 통합'은 정의와 상식에 기반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구성원이 함께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내란 잔재 청산'이 이뤄져야 '미래지향적' 아젠다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펼쳐진 '적폐 청산'과 내란 청산은 다르다는 점을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내란 단죄와 과거 청산은 차원이 다른데, 이미 끝난 일을 헤집는 것은 나쁘게 얘기하면 파묘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며 "내란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진압 과정이라고 봐야 하는 만큼, 끝날 때까지 끝내야 하고 최대한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미래를 향한 성장과 도약 (방안도) 많이 준비한 만큼, 비중을 점점 더 미래 중심적이고 성장 발전적으로 바뀔 것"이라면서도 "과거 청산 또는 비정상의 회복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계속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선(先) 내란청산·후(後) 통합' 기조는 여당의 국민의힘에 대한 '내란몰이' 프레임 강화로 연결되면서,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계엄 1년을 맞아 전향적으로 사과하며 정부·여당에 종지부를 찍자고 당부했지만, 오히려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2차 종합특검 추진을 국회 판단에 맡기면서 사실상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이는 정부·여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내란 청산' 프레임으로 치루겠다는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은 계엄 사태 이후 당 안팎으로 '사과'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그동안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이날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큰 충격을 드린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며 사과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힐 정도로 내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공세 고삐를 올리는 상황이다. 나아가 대법원도 사법권의 독립을 존중해야 한다고 우려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형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까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안건조정위원회로 회부됐다.


다만 안건조정위가 구성돼도 민주당 3명과 비교섭단체 1명이 찬성하면 이들 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곧바로 통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야당에선 "위헌성 토론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여당은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회관에서 민주당·민주연구원 공동주최로 열린 특별좌담회 인사말을 통해 "'윤어게인'(다시 윤석열)'을 외치는 세력"이라며 "이들을 보며 비상계엄, 내란이 언제 또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만큼,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윤 어게인을 외치고 아직도 내란에 반성하지 않는 세력과의 싸움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김민수 선임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해서 내란세력을 청산해야 한다"며 "최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곤두박질을 치고 있고 연이은 결정으로 조희대 사법부의 저울추가 내란세력을 편들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조속히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해 내란을 종식시키는 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역시 정부·여당의 압박에 공세로 맞불을 놓는 등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는 실정이다.


손범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은 정치적 대립을 극대화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상처를 치유하며 화합의 방법을 제시하고 민생을 살리는 비전을 내놔야 하는데, 적대와 혐오, 분열과 겁박만 가득했다"며 "의회 독재와 오만한 정부에 맞서기 위해 내부 단결하고 국민과 함께 투쟁해 국가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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