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면 종북몰이 소재 될까봐"…李대통령, '대북전단' 북한에 사과 시사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2.03 12:17  수정 2025.12.03 12:22

3일 청와대서 '계엄 1년' 외신 기자회견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지만

차마 말못해…이념 대결 소재 될 수 있어

취재진에서 물어보니까 다행스럽기도"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북 사과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지만 차마 말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배경에 국군심리전단의 대북 전단 살포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두고 "계엄 명분으로 전쟁을 개시하려고 군대를 시켜 북한에 풍선까지 날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이번 의혹을 포함해 그동안의 대북전단에 대해 북한에 사과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사과 생각은 하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종북몰이' 정치적 이념 대결의 소재가 될 수 있다"며 "걱정이 돼서 차마 말을 못하고 있지만, (취재진이) 물어보니까 다행스럽기도 하면서도 '속을 들켰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에 대해선 "현재 대한민국과 북한의 상태는 바늘구멍조차도 없는 상태"라면서 "하다못해 비상연락망까지 모두 끊어진 상태이며,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북한은 남측의 접촉 노력에 대해 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방적으로 유화적 조치를 하는 것 정도"라면서 "대북·단파 방송을 중단한다든지 오해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을 최소화한다든지 뭐 이런 것들"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선 미국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한반도는 70년간 정전 상태로 종전하지 못하고 휴전 상태인데 이 협정의 법률상 당사자가 미국"이라면서 "북한은 체제 보전이 최종 과제인데, 체제를 보장할 수 있는 곳은 미국이지 대한민국은 주요 주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실 한반도 상황의 직접 당사자는 대한민국과 북측인데, 안타까워도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 의지가 강하고 역할도 크기 때문에 우리는 북미 간 소통에 제한받지 말라든지, 북미 대화를 위해 최선의 협력을 해 나가겠다는 등 말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미 간 관계가 먼저 개선되는 것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거나 또는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며 "북미가 언제든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상황을 최대한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축소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 여건 조성에 필요하거나 미국이 전략적 레버리지가 필요하다면 이 문제도 충분히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다"라면서 "이렇게 해야 미국도 북한과 협상 또는 대화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러시아와 소통할 가능성에 대해선 "북러 관계가 우리 입장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로 진전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도 우리로서는 어렵긴 하지만 끊임없이 소통해 보려고 노력하겠지만, 지금 단계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입장에선 러시아와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등으로 국제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인도적·세계 평화 측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속하게 종료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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