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정청래 사퇴하라"…'77만 유령당원·1인 1표제'에 뿔난 당원들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5.12.02 00:10  수정 2025.12.02 00:10

1일 당원주권정당 실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

시작 전부터 "정청래 불러와" "당원이 우습냐"

"1인 1표제 날치기로 밀어부쳐…납득 안 된다"

"대통령·당 지지율 20%차…당원 급증 말 안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대의원·전략지역 당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 단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당원존에서 열린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 중인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의 보완책을 논의하려던 토론회가 당원들의 성토장으로 번졌다. 정 대표 취임 이후 급증한 70만 신규 당원의 실체와 1인 1표제의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비판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원주권정당 실현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를 진행했다. 1인 1표제 도입에 따른 취약지역 소외 우려와 관련한 보완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민주당은 오는 5일 1인 1표제 도입 등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의 중앙위원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토론회는 시작 전부터 당원들의 거센 항의로 아수라장 분위기가 연출됐다. 참석한 당원들은 "정청래 불러와" "당을 그 따위로 운영하냐" "의원님들 지금 웃음이 나오냐, 웃지 마라" "당원이 우습냐" 등 고성을 쏟아내며 그동안 누적된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토론 패널에는 박지원 최고위원과 조승래 사무총장 겸 대의원·전략지역 당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 단장, 윤종군·김우영 TF 위원, 박영미 부산 중·영도구 지역위원장이 등이 참석했다.


조승래 TF 단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과 전국정당화가 충돌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고, 당원주권 강화가 대의원을 비롯한 핵심 당원들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며 "이 두 가지 상황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김우영 의원은 앞으로 1인 1표제를 넘어 누구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 정당'이 돼야 한다며 "당대표가 시작할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이 됐든 이주일에 한 번이 됐든 현안을 놓고 다양하게 토론을 했다면 이런 논란이나 오해도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박지원 최고위원은 그간 선거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선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영남과 수도권·호남이 서로 다른 당선자를 만들어낸 것을 찾기 어려웠다"며 "약세 지역 표 가중치가 적어진다고 해서 당대표나 최고위원 선출 결과가 뒤집어지는 결과가 현실에서는 없는데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적인 우려를 하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5일 중앙위에서 1인 1표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두 의원의 입장과 달리, 윤종군 의원은 합의안이 그 때까지 마련되지 않으면 도입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남 등 전략지역 가중치를 포함한 추가 보완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만약 5일까지 합의된 수정안이 안 나오면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된 룰만 처리하고, 1인 1표제를 포함한 당헌·당규는 추후 논의를 거쳐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1인 1표제 보완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원들의 설명에도 당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 당원들은 정청래 대표가 당초 '10월 한달간 당비를 납부한 당원'을 대상으로 1인 1표제 투표를 추진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여론조사로 말을 바꾼 점을 문제 삼았다.


한 당원은 "내가 (서울까지) 달려온 이유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불법적 회의를 진행하는 당 지도부가 지금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열이 받아서 온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포항시 대의원이라고 소개한 다른 당원도 "당원들은 1인 1표제가 아니라 불공정한 과정에 분노하는 것"이라며 "당장 5일날 이렇게 날치기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데 저희는 납득이 안 된다. 당대표는 약속했던 토론 진행을 더 해주셔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다른 당원은 "정청래 당대표의 핵심적 오른팔인 조승래 사무총장이 TF 단장을 맡은 상황에서 토론회를 거쳐 5일 안건을 강행 처리하는 방침을 고수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저조한 투표율 16.8%에 대해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 대다수 당원들이 투표에 불참한 건 반대를 강력히 시사하는 명백한 증거다. (토론을 하려면) 지금부터 내년 8월까지 하고 당헌·당규 개정은 전당원대회 이후에 하길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6.8%는 지난 19~20일 진행한 1인 1표제 여론조사 응답률이다. 당 지도부는 이같은 응답률에도 찬성률이 90%에 육박한다는 이유로 도입을 밀어붙여 논란이 됐다.


당원들은 정 대표 취임 이후 가입한 '77만 당원'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했다. 이에 조승래 TF 단장은 "지난 6~8월 석달정도에 한해 60만명 정도가 늘었다. 종이(서류)로 30만명이 안 되는 분들과 온라인으로 입당하신 분들까지 해서 60만명 정도가 늘었는데, 2022년 우리가 대선에서 지고 어려웠던 시기에도 그때 (당원 가입이) 훨씬 더 많았다"며 "77만명이 유령당원이라는 건 실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한 당원은 "지난 전당대회 때 권리당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한 당원이 110만명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전당원투표라고 말했지만 전당원투표가 아니었던 그 조사에서는 164만명이 참여하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10월 한달간 당비를 납부한 당원 77만명이 유령당원이라는 말이 실체가 없다고 말할 수 없지 않느냐"고 재반박했다.


이어 "또 (조 단장이) 2022년도를 얘기했는데, 아니, 어떻게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를 비교해서 갑자기 당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걸 여기에 갖다붙일 수 있느냐"며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가 넘는데 민주당은 40%를 왔다갔다 하지 않느냐. (이런 상황에서) 당원이 갑자기 늘어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조 단장은 "유령당원 문제는 저랑 다시 토론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오늘의 주제와 관련한 의견을 줬으면 좋겠다"고 상황을 수습했다.그러자 다른 당원은 "77만명 유령당원이 실체가 없다고 하셨는데 기사에 나와있다. 8월 18일, 19일경 전남에 30만명, 전북에 35만명, 하루만에 그렇게 들어온 게 어떻게 이재명 당대표 시절에 당원 증가량과 비교가 되느냐"며 "이재명 당대표와 정청래 당대표를 비교하는 게 너무 뻔뻔하다"고 혀를 찼다.


당원들의 불만이 계속 쏟아졌으나 TF 위원들은 행사 시간이 초과됐다는 이유로 토론회를 급하게 종료했다. 토론회가 끝나고도 당원들은 분노를 삭히지 못했고, 조 단장을 향해 77만 유령당원에 대한 수사와 정청래 대표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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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경제 민생 걱정하는 인간이 하나도 없네. 오직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는데, 그 권력이 하는 일이 없으면 뭣 부터 하게 되는줄 아나. 비리부터 저지르게 된다.
    2025.12.0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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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코
    정청래 대통령가자 ㅎㅎㅎ
    2025.12.0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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