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이상민 전 행안장관 재판 증인출석
"尹이 국회 월담 시도 인원 체포 지시…부적절 판단"
"여인형은 체포 대상자 위치추적 요청…어이가 없어"
조지호 경찰청장(왼쪽)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데일리안DB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경찰이 고개 숙인 가운데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조지호 경찰청장이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등 지시에 항명했다는 기존 주장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일 오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공판기일을 열고 증인으로 조 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이날 조 청장을 상대로 국회 출입 통제가 이뤄진 일련의 과정에 대해 캐물었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에 가담한 의혹으로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르면 연내 헌법재판소에서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조 청장은 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 밤 윤 전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6차례 통화한 사실이 있다며 "첫 전화는 아마도 국회 출입을 통제하라는 지시였다"고 했다. 그는 "국회를 월담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걸 윤 전 대통령이 알았는지 다 잡아서 체포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도중 이 전 장관이 업무폰으로 전화하기도 했다며 "제가 먼저 전반적인 보고를 드렸다"면서도 "이 전 장관이 경찰의 기본적인 운용 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 청장은 같은날 김봉식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의 통화 내용을 묻는 특검의 말에는 "김 전 청장이 서울 근무 경험이 적어 수차례 통화한 기억이 있다"며 "국회 출입 자격 인원들이 항의하니 통과시켜 주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시라 했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업무폰 텔레그램으로 전화가 왔는데 체포 명단을 읊어주며 이들의 위치를 추적해달라는 부탁도 받았다고 했다. 조 청장은 헛웃음을 지으며 "당시에도 제가 어이가 없었다.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대충 얼버무리며 해달라더라"고 했다.
조 청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전달받은 15명 체포 명단을 모두 기억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이재명 당시 당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정청래 법사위원장, 판사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한동훈도 추가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조 청장은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으로부터 '방첩사가 한동훈 체포조 5명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준비만 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 청장은 체포와 관련한 지시를 이행할 생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대통령으로부터 국회로 들어가는 인원을 체포하라는 지시에도 요즘 애들 말로 씹었다"며 "다른 기관인 방첩사에서 온 협조 요청에 응할 이유는 만무하다"고 했다. 협조할 생각이 있었다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은 지시를 이행하는 게 상식적이라는 게 조 청장의 설명이다.
조 청장은 "체포는 구체적인 수사, 관련 행위의 대상이 있어야 한다. 체포의 필요성이 명확해야 한다"며 "아무리 계엄이 정당하더라도 당시 체포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거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괘씸한 게 많다. 저에게 보고된 팩트와 달리 수사기관에서 이뤄진 진술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계엄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한 경찰의 행위에 대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했다. 경찰청 차원의 공식 사과는 계엄 사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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