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비틀쥬스’가 4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심설인 연출은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엘리아나 호텔에서 진행된 ‘비틀쥬스’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괴랄함이 있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말맛, 비틀쥬스에 더 어울리는 말로 바뀌었다”고 초연과 달라진 점을 짚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또 “현재 ‘비틀쥬스’가 투어 중에 있지만 오리지날 프로덕션의 세트 디자인을 그대로 진행하는 건 한국 공연밖에 남지 않았다. 원래의 콘셉트를 볼 수 있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초연 당시 부족했던 캐릭터적인 부분이나, 내용적인 부분을 조금 더 과감하게 시도한 시즌”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비틀쥬스’는 팀 버튼(Tim Burton)의 동명 영화(1988)를 원작한다. 2019년 초연 당시 토니어워즈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 초연은 2021년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성사됐다. 작품은 갓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집에 이사 온 낯선 가족을 내쫓기 위해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혀 있는 ‘비틀쥬스’와 손을 잡고 벌이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시즌은 초연의 주역들과 새로운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먼저 100억년 경력의 저세상 영업왕이자 무면허 가이드 비틀쥬스 역에는 정성화와 정원영, 김준수가 나선다. 특히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김준수는 “엄청난 도전이었고 이미지 변신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평소에도 개그 욕심이 큰데 전작 ‘알라딘’에 출연하면서 재미있는 작품을 통해 얻는 행복감을 느꼈다”고 말햇다.
초연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합류한 배우 정성화는 “비틀쥬스라는 캐릭터에 충실한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4년 전에 비해 체력은 줄었지만 강약 조절이나 호흡 조절을 나름 할 줄 아는 배우가 돼서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원영은 “비틀쥬스를 초현실적인 존재라기 보다 똑같이 존재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다가가려고 했다”면서 “관객이 공감할수록 캐릭터가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인간보다 조금 열려 있는 캐릭터성에서 나오는 자유로움을 좋아해서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저의 비틀쥬스는 조금 더 귀엽고 깜찍하고 악동같은 이미지의 비틀쥬스다. 아이돌 출신이라 에네제틱한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다”면서 “특히 제 입으로 욕하는 모습은 실수로라도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 이번 ‘비틀쥬스’ 무대에서 마음껏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100억 년 만에 만난 비틀쥬스의 구원자, 유령이 보이는 겁 없는 10대 소녀 리디아 역엔 홍나현과 장민제, 유령부부 바바라와 아담 역에 각각 박혜미와 나하나, 이율과 정욱진이 출연하고, 리디아의 아버지 찰스 역에 김용수·김대령, 리디아의 인생 멘토 델리아 역에 전수미·윤공주가 함께 한다.
재연에서는 초연 당시 ‘비틀쥬스’를 한국 정서에 맞게 현지화했다는 호평을 받은 김수빈 번역가와 함께 코미디 각색으로 개그맨 이창호가 함께 하면서 ‘매운맛’ 코미디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김수빈 번역가는 “초연에서는 크리에이티브 팀이 헤드셰프로서 이끌어줬다면, 이번 재연에선 이번엔 우리의 레시피로 생각을 펼쳐보라고 열어주셨다”면서 “관람 연령도 8세에서 중학생 관람가가 되면서 재료의 폭이 넓어졌는데, 순한 맛의 작품이 매운맛으로 변했다. 특히 이창호는 일반적인 요리 도구가 아닌, 작두, 쌍절곤으로 요리를 하는 식이라 굉장히 새롭다”고 평했다.
이창호는 “실제 팀에 합류해 연습에 참여했는데 하이엔드 명품 시계를 보는 느낌이었다. 오밀조밀하게 움직이는 걸 보고 관계자부터 배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시계 태엽처럼 맞물리는 걸 보고 저 역시 저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식 말맛을 살리는 과정에 대해 “우리나라의 욕이 미국보다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만큼 재료가 많다는 것”이라며 “많은 재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제가 한 것 같다. 그리고 어디에 쓰이면 좋을지는 김수빈 번역가를 비롯한 제작진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고 말했다.
심설인 연출은 “팀 버튼 감독의 미학과 2025년도에 동시대적인 걸 어떻게 매치해볼까 하다가 이창호 님을 섭외하게 됐다. 작업 과정에서 많이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더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갔다. 더 발랄하고, 대담해진 코미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비틀쥬스’는 12월 16일부터 내년 3월 2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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