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진단 방랑' 이제는 끝내야"…희귀질환 환자 중심 제도개선 촉구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5.12.01 16:13  수정 2025.12.01 16:14

서울대병원, 2025 온드림 희귀질환 공동 심포지엄 개최

“희귀질환 진단 방랑…환자중심으로 정책 수립해야”

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이 1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2025 온드림 희귀질환 공동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의 이야기는 곧 생존권의 문제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사자의 직접적인 목소리입니다.”


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1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2025 온드림 희귀질환 공동 심포지엄’에서 “정책 테이블에 정작 환자와 가족의 자리가 비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하고 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주관하는 심포지엄이 ‘환자와 보호자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주제로 이날 열렸다.


방 사무국장은 ‘환자 주도의 제도개선’ 발표에서 “법과 제도, 통계의 경계에서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복잡한 급여 제도, 신청주의, 반복되는 심사 때문에 ‘있지만 쓰지 못하는 제도’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희귀질환은 국내 기준 유병 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환자 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운 질환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희귀질환은 약 8000 가지에 달하며, 이 중 80%는 유전성이다. 환자의 절반 이상이 5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 평생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데도, 전문 의료진과 정보가 부족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이 1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2025 온드림 희귀질환 공동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방 사무국장은 “환자 수가 적다 보니 전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교육도 제한적”이라며 “결국 환자와 가족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진단 방랑’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낮은 질환 인지도는 진단 경로 부재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진단·치료 지연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환자 참여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 사무국장은 “희귀질환은 통계보다 개별 사례의 의미가 큰 영역”이라며 “당사자의 참여가 있어야 정책의 설명력과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특히 “건강보험 제도 안에서 정책 수립과 심의·평가 과정에 환자 참여가 필요하다”며 “국가 데이터 인프라와 전문 네트워크 구축, 연속 돌봄 체계와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가 1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2025 온드림 희귀질환 공동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전문가들은 이동·통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아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재택의료 서비스 확충, 보호자 정신건강 지원 강화 또한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희귀질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현황과 개선 방안’ 주제 발표에서 “희귀질환의 특성상 높은 의료비 부담과 진단 지연, 치료 접근성 제한으로 환자와 가족 전체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며 “보호자들은 장기 돌봄으로 인한 신체적·정서적 소진으로 사회적 고립과 우울 위험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희귀질환 환자에게 경제적 지원은 삶의 질을 위한 핵심 과제”라며 “다만 심적 지원이 병행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희귀질환자 맞춤형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유연근무제, 고용주 인센티브 등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희귀질환센터장과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채 센터장은 개회사에서 “희귀질환은 복합적이고 오랫동안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환자와 가족에게 정확한 질환 정보와 제도적 지원,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이 함께 가야 한다”며 “환자단체가 정책의 수요자에서 더 나아가 정책의 공동 설계자로서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는 앞으로도 환자와 가족분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현장'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