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지상파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상파 3사와 JTBC 간의 월드컵·올림픽 중계권 재판매 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1월 26일 KBS는 “올림픽 및 월드컵 TV 방송 국내 중계권 최종 입찰 과정에서 KBS·MBC 등 지상파 공영방송 두 곳 모두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협상에 필수적인 비밀유지협약서를 마감 기한까지 내지 않거나 협상에 불참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KBS는 입찰참가의향서를 기한 내 정확히 제출해 굳은 협상 의지를 보였다. 협상 결렬의 진짜 이유는 중앙그룹(이하 JTBC 측)이 요구한 ‘비밀유지확약서’ 때문”이라고 밝혔다.
ⓒ
그러면서 “비밀유지확약서는 KBS에만 의무를 지우는 일방적 구조로, KBS는 일부 문구 수정을 요구했지만, JTBC 측은 이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JTBC 측은 현재 단독 확보한 2026~2030년 월드컵, 2026~2032년 여름·겨울 올림픽 국내 중계권 재판매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다만 JTBC 측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판매 협상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KBS는 JTBC 측이 여러 행사를 묶은 패키지로 무리하게 판매를 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경제적 부담을 공영방송에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일각에서는 보편적 시청권을 위해선 지상파가 그 부담을 지는 것이 맞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방송법 제76조에 따라 국민적 관심사인 스포츠 경기는 누구나 차별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 이는 KBS가 JTBC 측이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며 불만을 표하면서도 합리적 수준의 중계권료 책정과 민주적 절차에 따른 협상을 요구하며 끝까지 입찰 과정에 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넷플릭스를 비롯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들도 중계권 단독 확보에 열을 올리며 보편적 시청권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티빙이 국내 OTT 사업자 중에선 처음으로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해 유료화를 한 바 있으며, 쿠팡플레이는 2025-26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를 독점 중계 중이다.
앞서 일본 넷플릭스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내 독점 중계권을 구매해 갑론을박이 벌어진 이후 최근 미국 넷플릭스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중계에 뛰어들어 화제를 모으는 등 스포츠 중계가 팬층을 겨냥해 구독을 끌어내는 하나의 수단이 되면서, 자칫 국내에서도 국민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OTT 중계화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이 이어진다.
이 과정을 거치며 스포츠 중계권은 치솟고 있지만, TV 시청률은 전 같지 않은 환경 속, 지상파들도 중계와 함께 유튜브 등을 통해 파생 콘텐츠를 함께 선보이며 변화를 추구하기도 했었다. 2024 파리올림픽 당시 SBS는 인기 유튜버 침착맨을 섭외해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과 함께 유튜브 콘텐츠 ‘침착한 파리지앵’을 선보여 더 다양한 시청자를 아우른 바 있다.
그럼에도 올림픽과 월드컵처럼 국가적인 행사에서는 ‘보편적 시청권’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우선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조정 역할이 필요하다. 방통위는 향후 사업자가 중재를 필요로 할 경우 회의 개최 및 자율적 협상 참여를 독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OTT 시대, 보편적 시청권의 의미를 확대해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것은 필요하다. 현재 호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중요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서는 무료방송에 우선권을 부여, 가입비나 추가 비용이 없는 무료 시청이 가능하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과 ‘국내 OTT 경쟁력 강화’ 사이 합리적 접점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스포츠는 힘든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큰 행복을 선사하는 소중한 공공자원이다. OTT와 유료방송의 시대에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국내 OTT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신중하고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