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의 이야기㉛] 서울 망원동 테일탱고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테일탱고
◆ “많은 책방 다녔지만 장애인 이용 가능한 곳 드물어”…테일탱고가 내는 목소리
서울 망원동의 한 골목 안에는 유리문을 통해 작지만 예쁜 공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열린’ 서점이 있다.
테일탱고는 누구나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서점이다. 우선 가게 앞 문턱을 없애고 널찍한 공간을 마련해 휠체어 이용자의 어려움을 해소했다. 서점은 크지 않지만, 가운데 테이블과 벽면을 채운 서가 사이 통로 공간만큼은 충분히 확보했다.
지난 3월 약 4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서점 운영에 뛰어든 김아영 운영자는 서점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공간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배리어프리 서점의 필요성을 인지한 건 아니다. 회사에 다니던 중 친구에게 한쪽 팔이 없는 사람을 위한 드립백 디자인을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고, 이때부터 배리어프리에 대해 뚜렷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테일탱고를 통해 이 같은 공간이 왜 필요한지, 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랐다. 김 운영자는 “책을 좋아해 서점을 많이 다녔는데, 장애인도 함께할 수 있는 책방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포구는 문화 중심지 중 하나로, 이곳에서 배리어프리를 추구하는 곳이 한 곳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 배리어프리 서점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테일탱고
◆ 책도, 책 관련 행사도…소수자와 함께 즐기는 테일탱고
테일탱고의 서가에서도 배리어프리 또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젠더 또는 환경 등 특정 주제를 다룬 책부터 소설까지. 김 운영자는 테일탱고의 다양한 책에 대해 “세상을 넓히는 책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루뭉술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늘 그것을 염두에 두고 책을 고른다. 장애나 소수자 또는 젠더 관련 책도 우리의 세상을 넓히는 책이지만 소설도 마찬가지다. 저는 소설을 사랑하는데, 타인의 삶을 통해 나를 알아가기도 하고, 또 세상을 보는 시선을 넓힐 수도 있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공간과 그곳을 채우는 책은 기본, 서점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김 운영자는 행사 신청을 받을 때 ‘접근성’ 항목을 둬 휠체어 이용자 또는 시각 장애인,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장치들을 마련한다. PPT 같은 시각 자료를 보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고, 듣는 것이 힘든 이들에겐 AI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막을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도 활용한다.
최근에는 속기사를 모셔 보다 더 정확하게 행사의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속기사 섭외의 경우 비용 문제로 인해 매번 시도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기는 행사를 여는 것이 김 운영자의 목표다.
이곳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길 바라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현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넓은 테이블을 서점 가운데 두고 많은 이들이 그곳에 앉아 책도 읽고 대화하는 모습을 꿈꾸지만 김 운영자는 “아무래도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진입장벽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음료나 디저트 등을 함께 판매해 좀 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가 하면, 더 넓은 공간으로의 확장도 고민하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테일탱고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모이는 것도 의미 있었다. 그는 “테일탱고의 책을 읽고, 다음에 감상을 나눠주실 때 뿌듯하다. 함께 이야기 나누는 순간들이 큰 힘이 된다.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서점을 운영하는데, 한 사람이라도 그것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순간들이 모여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저 또한 티백 하나로 배리어프리 서점까지 오게 된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풍경이 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는 이제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의무’가 된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미 변화는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경사로 설치를 지원하는 지자체 등 여러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운영자는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지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당장 어떤 부분에 지원을 해주는 것도 감사하지만, 결국에는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서점을 열 때는 자연스럽게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를 한다던지. 그러기 위해서는 그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 같다”며 “최종 목표는 앞으로 올 좋은 세상에 내가 조금이나마 이바지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가 너무 자연스러워지기를 바란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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