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나도 안 통했다… 묘하게 달라진 에스파의 2025년 [D: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5.11.27 11:01  수정 2025.11.27 11:01

에스파가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콘서트 솔로곡을 발매했지만 성적이 아쉽다. 2024년 '슈퍼노바'(Supernova)·'아마겟돈'(Armageddon)·'위플래시'(Whiplash) 3연타와 리더 카리나의 솔로곡 '업'(UP)까지. 그야말로 에스파의 해를 만들었던 것이 무색하게, 올해는 무대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

26일 기준 멜론 탑(TOP)100차트에는 지난 17일 에스파가 데뷔 5주년을 맞아 발매한 스페셜 디지털 싱글 '싱크 : 액시스 라인'(SYNK : aeXIS LINE)에 수록된 전 곡이 보이지 않았다.


이 싱글은 동명의 세 번째 월드투어에서 선공개했던 멤버별 솔로곡 네 곡을 정식 음원으로 묶은 앨범이다. 작년 '싱크 : 패러렐 라인'(SYNK : PARALLEL LINE)에 이은 두 번째 콘서트 솔로 음원이다.


'싱크 : 패러렐 라인'에 수록된 카리나의 솔로곡 '업'은 정식 음원 발매 전부터 콘서트 직캠과 챌린지 영상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에 정식 음원 발매 당일 멜론 탑100 2위, 핫(HOT)100 및 실시간 차트 1위로 출발해 다음 날에는 탑100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멜론 일간·주간 차트 1위를 잇따라 찍었고 이후 2024년 연간 차트 88위에 안착했다. 이는 2018년 이후 데뷔한 일명 '4세대' 여성 솔로 아티스트 중 최초의 기록이다. 카리나 뿐만 아니라 윈터의 솔로곡으로 수록된 '스파크'(Spark)도 탑100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정식 솔로 데뷔곡이 아님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인 앨범이기도 하다.


이에 '싱크 : 액시스 라인'도 2연타 솔로 히트를 기대를 모았으나 전 곡이 탑100에 차트인하지 못했다. 카리나의 '굿 스터프'(GOOD STUFF)가 핫100 30일 피크 5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콘서트 솔로곡이 차트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 성적과 비교하면 아쉽다.


ⓒSM엔터테인먼트

솔로곡 성적의 변화는 에스파 전체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24년은 말그대로 '에스파의 해'였다. 지난 5월 발매한 선공개 싱글 '슈퍼노바'는 6일 만에 멜론 탑100 1위를 기록했고 이후 일간차트 1위를 99회 달성하며 뉴진스의 '디토'(Ditto)와 1위 횟수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2021년 발매한 '새비지'(Savage) 이후 3년 만의 아이차트 PAK(Perfect All-Kill), 2024년 써클 디지털 차트 연간 1위, 멜론 6·7·8월 월간차트 1위 등 진기록을 쏟아냈다.


'슈퍼노바'는 지난해 멜론 연간 차트 3위에 올랐으며 이밖에도 '아마겟돈', '위플래시', 카리나 솔로 '업'을 비롯해 2023년 발매한 '드라마'(Drama), '스파이시'(Spicy)까지 에스파 곡만 여섯 곡이 100위 안에 자리 잡았다. 이 기세는 연말 시상식으로도 이어져 에스파는 2024 멜론뮤직어워드에서 올해의 베스트송을 포함한 대상 3개, 총 7관왕을 거머쥐는 등 각종 시상식의 ‘올해의 노래’ 트로피를 휩쓸었다.


그러나 2025년 에스파를 둘러싼 음악 외 이슈들과 겹쳐 지난해의 기세가 많이 꺾였다. 물론 올해도 에스파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6월 나온 싱글 1집 '더티 워크'(Dirty Work)는 멜론 탑100 2위까지 올랐고, 초동 판매량은 약 96만장으로 싱글임에도 밀리언 셀러에 근접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9월에 발매한 미니 6집 '리치 맨'(Rich Man)은 100만장을 넘겨 역대 걸그룹 음반 초동 13위를 기록했다. 동명의 타이틀 곡 역시 멜론 탑100 2위, 빌보드 글로벌 200 30위·글로벌(미국 제외) 15위를 차지하며 해외에서도 준수한 성과를 냈다.


수치만 놓고 보면 2025년의 에스파는 성적 부진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싱글 음반으로도 음반·음원·글로벌 차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드문 팀이다. 그러나 2025년 에스파를 둘러싼 음악 외 이슈들과 겹쳐 지난해의 기세가 많이 꺾였다.


올해 5월 카리나는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빨간색 숫자 2가 새겨진 점퍼를 입은 여행 사진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한국에서 보수 정당 대선 후보를 상징하는 숫자와 색이 2번과 빨간색이라는 점 때문에 해당 게시물은 곧바로 특정 정당 지지 의혹으로 번졌다.


카리나는 다음날 글을 삭제하고 유료소통 플랫폼을 통해 "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앞으로는 저도 좀더 관심을 갖고 주의깊게 행동하겠습니다"라며 사과했다. 소속사 역시 "일상적인 내용을 게시한 것일 뿐 다른 목적이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국내외 언론이 아이돌 정치 중립 논쟁의 대표 사례로 이 사건을 다루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SM엔터테인먼트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아세아 2025(ASEA 2025)에서는 또 다른 논쟁거리가 나왔다. 카리나는 수상 소감 중 '에스포'라고 팀명을 잘못 말했다가 웃음을 터뜨렸고 끝내 소감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마이크를 넘겼다. 직전까지 이어진 정치색 논란과 맞물리면서 여론은 싸늘했다.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고등학생 발표 자리 같다", "신중하지 못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반기에도 에스파의 구설수는 계속 됐다. 지난 9월 에스파는 미국 ABC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에서 '리치 맨'을 선보였다. 세 번째 출연이자, 영어 버전 싱글을 앞세운 본격 북미 프로모션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백댄서 없이 라이브로 무대를 이어간 에스파에게 돌아온 건 실력 논란이었다. 방송 직후 온라인에는 악평이 쏟아졌고 이후 유튜브에 나온 자체콘텐츠에서 '리치 맨' 안무를 배우는 모습 중 카리나가 "저희 라이브 해야해서"라며 안무가가 제안한 동작을 못할 것 같다는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2025년 에스파를 둘러싼 담론은 음악적인 성취보다 태도·이미지·실력 논쟁이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에스파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냐'하면 그건 아니다. 여자아이돌임에도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으며 여전히 차트 상위권을 지키는 음원 성적 등으로 존재감은 뚜렷하다. 다만 지난해 황금기처럼 대중이 이견 없이 환호하던 시기는 지나갔다고 볼 수 있다. 자잘한 구설수마저 뒤집는 압도적인 곡과 무대로 '슈퍼노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에스파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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