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2’, 더 넓어진 세계에 담은 웃음과 온기 [볼 만해?]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5.11.26 08:40  수정 2025.11.26 08:41

9년 만에 돌아온 ‘주토피아’가 ‘다름’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단단하게, 세계관은 더 넓게 확장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

26일 개봉한 ‘주토피아2’는 주디(지니퍼 굿윈 분)와 닉(제이슨 베이트 분)이 도시를 뒤흔든 정체불명의 뱀 게리(키 호이 콴 분)를 추적하며 새로운 세계로 뛰어드는 수사 어드벤처다.


이번 영화는 익숙한 주토피아 다운타운을 떠나, 눈덮인 툰드라 타운, 사하라 광장 그리고 ‘반수생 동물’과 ‘해양 포유류’, 파충류까지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 ‘습지 마켓’으로 무대를 옮긴다. 특히 ‘습지 마켓’은 물 위와 아래를 분주히 오가는 동물들, 컨베이어 벨트와 보트 액션이 뒤엉킨 그 자체로 거대한 놀이동산이자 “다른 몸을 가진 존재들이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보는 내내 ‘동물 덕후’ 제작진들이 만든 영화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토끼 주디는 자신의 긴 귀를 머리끈처럼 활용해 머리를 묶고, 산양들이 절벽을 타면서 가볍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감초 역할로 재밌게 풀어냈다. 파충류인 게리는 체온을 맞추기 위해 몸을 웅크리거나 열원을 찾아 움직이는데, 이 설정들이 위기 장면에서 극적 장치로 쓰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미소 지을 만한 이스터에그도 곳곳에 박혀 있다. 습지 마켓 지하의 라이브카페에 들어갈 때 문지기 역할을 하는 거북이의 등껍질을 두드리는 리듬은 ‘겨울왕국’의 ‘두유 원트 투 빌드 어 스노우맨?’(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을 연상시킨다. 닉과 주디가 누명을 쓰고 도망 가며 주방을 지나칠 때 주방장이 모자가 벗겨지는 순간 ‘라따뚜이’의 레미가 깜짝 등장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여전히 닉과 주디가 있다. 능글맞고 태평해 보이지만 사실은 어느 무리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할까 봐 두려운 닉, 남의 일에 과하게 개입하고 모든 걸 통제하려 들지만 그만큼 용감한 주디의 케미는 더욱 단단해져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새롭게 합류한 캐릭터 게리는 주토피아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 안으로 들어온 파충류다. 위협적인 외형의 푸른 살모사지만 유쾌하고 따뜻한 감성을 가진 캐릭터로, 키 호이 콴 특유의 개구지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뱀에 대한 거부감을 풀어준다. 게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자신의 편견을 되돌아보게 된다.


포악한 양 시장 벨 웨더(제니 슬레이트 분)가 처벌을 받음으로써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의 뿌리 깊은 위계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이야기가 끝나 일부 관객에게 씁쓸함을 남긴 것과 달리 ‘주토피아 2’는 보다 확실한 ‘PC(정치적 올바름)’의 방향을 택한다. 마을에서 내쫓겼던 원주민 게리를 다시 공동체 안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계급 구조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 그쳤던 전작과 달리 이번엔 차별받던 이웃을 되찾아야 한다는 해법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작품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아쉬움도 없지 않다. 겉으로는 약자를 대변해 닉과 주디를 돕는 듯 등장하지만 결국 최종 빌런으로 드러나는 고양이 포버트의 반전은 그닥 놀랍지 않다. 전개 자체가 뻔해 그의 정체를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때로는 ‘장면을 위한 스토리’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습지 마켓’을 배경으로 한 추격전, 뱀들이 살아가는 공간, 마지막 축제 장면 등 구현하고 싶은 시퀀스를 먼저 세워두고 그 위에 서사를 얹은 듯한 인상이 남는다. 하지만 비주얼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기에 그 장면들이 주는 쾌감에 우선 반응하게 된다.


기다릴 줄 아는 관객에게 주어지는 보너스도 있다. 긴 엔딩 크레딧이 지나가면 갈색 깃털이 바람에 날아가며 다음 시리즈를 암시하는 짧은 쿠키 영상이 등장한다. 이 세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확실한 약속이다.


지니퍼 굿윈은 지난 18일 진행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1편과 2편 중 고르라면 감히 말하건대 2편이 더 재밌다”고 했다. 속편마다 따라붙는 “전편만 못하다”는 저주를 정면 돌파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영화를 보고 나면 싹 없어진다. 러닝타임 108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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