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계엄 잘못된 일이라 말해야"
與 폭격 오세훈, 토론·정책으로 분투
당 강경노선에 '지선 패배 우려' 점증
"털건 털고 '맞춤 지원 전략' 꺼내야"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자리 수성을 위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외로운 고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과 부산은 중도층의 유입 여부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민의힘 소속인 두 시장이 외연확장에 사활을 걸면서다. 특히 최근 당이 선택한 강경 노선으로 인해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에게 불리한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서울과 부산 지역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기존 지지층의 결집도 필요하지만 지역 유권자 특색에 맞는 지도부의 맞춤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7~21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4.8%로 47.5%인 더불어민주당에 12.7%p 뒤쳐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국민의힘의 서울 지역 지지율은 36.8%로 민주당(43.3%)보다 6.5%p 뒤쳐졌고, 부산·울산·경남에서의 지지율 역시 41.2%로 민주당(43.1%)보다 1.9%p 낮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서도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은 26%로 41%인 민주당과는 15%p의 격차를 나타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국민의힘은 29%로 31%인 민주당에 2%p 뒤쳐졌다.
이 같은 서울, 부산 지역의 지지율 위기감은 내년 지선에서의 우려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앞선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서울 지역 응답자를 36%만 확보하면서 여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40%를 4%p 하회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 국민의힘은 42%를 얻으며 34%인 민주당에 8%p 앞섰지만 '모름·응답거절'이 25%에 달한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비관섞인 평가가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권이 뒤바뀐지 1년만에 열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부산은 여야 간 격전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런만큼 지지율의 위기감으로 인한 지선 패배 공포감은 현역 단체장의 걱정 섞인 말과 행동으로 표출되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부산 동서대 센텀 캠퍼스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 시사 대담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곧 계엄 1년인데 상대가 아무리 입법 독재를 하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계엄을 자제하지 못해 국민이 만들어준 정권을 3년 만에 헌납한 것은 잘못"이라며 "국민의힘이 분명하게 국민에게 정말 잘못된 일이고 미안할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박 시장의 발언이 지난 22일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에서 개최된 '국민의힘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이재명(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끝내려 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끝내려 하고, 청년 미래를 끝내려 하고, 법치주의를 끝내려 할 때 우리는 이재명 정권을 끝내야 한다"는 장동혁 대표의 발언이 나온 바로 이튿날 나왔다는 것에서 현역 시장의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행정가인 박형준 시장이 공개적으로 본인 뜻을 밝혔다는 건 12월 3일 전까지 계엄 관련 사과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선 긋기가 없을 경우 정부·여당의 페이스에 말려 들어 부산도 위험해지면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직접 드러낸 것"이라며 "확고한 절연 또는 사과 메시지 없이 연말 연초까지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 경우엔 어떤 말을 해도 안 먹히고 판이 끝날 거란 걸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근 정부·여당을 가리지 않고 융단 폭격을 맞고 있는 오세훈 시장 역시 방어전선 형성에 애를 먹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서울 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박주민·서영교·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과 오 시장을 엮어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한강버스와 감사의정원 등 역시 정부·여당의 오 시장을 향한 공세 지점이다.
문제는 지속된 정부·여당의 공세를 오 시장 홀로 맞서거나 서울을 지역구로 둔 일부 의원들만이 조력하는 등 이른바 외로운 싸움이 지속되고 있단 점이다. 오 시장은 김 총리가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해 "국민적인 토론을 거쳐야 하는 문제"라고 발언하자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국무총리와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맞섰고, 이에 박 의원이 "나하고 (토론)하자. 총리는 바쁘니까"라고 대응하는 등 나홀로 분투하고 있다.
오 시장과 방어전선을 펼치는 당내 의원들도 서울 지역의 일부 의원이나 국민의힘 서울시당에 국한되는 모양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과 박정훈(송파갑)·조은희(서초갑)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서범수 의원과 함께 지난 19일 김 총리를 공직선거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종묘 앞 재개발, 한강버스, 광화문광장 조형물 등 오 시장의 주요 정책을 두고 김 총리가 사실상 낙선을 목적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서다.
뿐만 아니라 배현진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박주민 의원이 지난 2010년 한결 소속 변호사로서 부산저축은행의 의뢰를 받아 대장동 사업 부지 관련 법률 검토를 수행하고, 이 보고서를 씨세븐 측에도 전달했다는 보도를 전제로 "남욱 등 대장동 일당이 자문하던 씨세븐이라는 부동산 회사는 대장동 사업의 초기 땅 작업을 한 회사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800억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받았다"며 "결과적으로 박 의원의 법률적 도움으로 씨세븐은 1800억원이라는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인데 언제까지 박 의원이 대장동 비리와 무관한 것처럼 흐린 눈을 할 수 있을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박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 글을 올려 "배 의원이 2021년 기사를 인용해 내가 대장동 일당의 범죄와 관련된 변호활동을 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해당 게시물을 즉시 삭제하고 사과하시기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소장을 접수하겠다. 관련 허위사실을 확대·재생산할 경우 동일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 지도부 차원에서의 서울, 부산을 향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여당이 얽힌 대장동 항소포기와 사법개혁안 등에 대한 잘못된 점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어려운 지역들에 필요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같은 강경 일변도라면 선거를 치르기 직전에 부산이나 서울 같이 어려운 지역은 당 지도부에게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 까딱하면 2018년 홍준표 대표 당시의 지원 유세 거절 사태까지 재현될 수 있다"며 "지금 아직까지 시간이 남았지 않느냐. 12월 3일 전에 절연할 건 절연하고 힘 실어줄 건 제대로 실어주는 전략을 세운다면 충분히 반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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