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평화체제 구축땐 한미훈련 않는게 바람직…통일대박론·무인기 등 바보짓"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1.24 17:51  수정 2025.11.24 17:54

튀르키예행 1호기 내서 순방 기자간담회

"北, 언제 우발충돌 할지 모르는 위험상황"

"지금 남북 완전히 단절된 안타까운 상황"

"정치인 쓸데없는 얘기로 갈등만 격해져"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다음 방문지인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순방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언제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를 극복하려면 인내심을 갖고 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매우 적대적·대결적 양상으로 변했으며, 초보적 신뢰조차 없이 (북한은) 아주 극단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북한은 군사분계선에 3중 철조망을 치고 있다. 6·25 전쟁 이후 수십 년 동안 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 북한이 생각하는 경계선이 달라서, 경계를 넘었다며 경고사격을 하는 일도 벌어진다"며 "그런데도 모든 연결선이 끊겨서 우발적 충돌이 벌어져도 해결할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철천지원수'로 남북관계를 규정하면서 대화와 접촉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며 "아무리 적대적인 국가 사이에서라도 비상연락망이나 핫라인을 가져야 한다. 오른손으로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악수하는 것이 필요한데, 지금 남북은 완전히 단절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전향 장기수의 경우 90세가 넘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이들이 자기 고향 북한으로 가겠다는 것을 뭣하러 막겠느냐. 잡아놓으면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이들의 송환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친 뒤 "그런데 그런 노력에도 북한이 반응조차 없다"고 언급했다.


이전 정부와 정치권 일부에서도 섣부른 판단과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흡수통일 같은 얘기를 왜 하느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충격과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며 "정치인들이 책임도 못 질 얘기를 쓸데없이 하면서 갈등만 격해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겨냥해서도 "갑자기 통일을 얘기하면서 '대박' 이런 얘기를 하니까 북한이 '(남한에서) 쳐들어오는 것 아니냐'면서 철조망을 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 정부에서)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약을 올리니 (북한이) 얼마나 긴장하겠느냐"며 "대북방송은 쓸데없이 왜 하느냐. 서로 방송하고 서로 괴로워하는 그런 바보짓이 어디 있느냐"고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가 업보를 쌓은 것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북한이 자꾸 피하면 쫓아가서라도 말을 붙여야 한다. '군사분계선이 불명확해 총격전이 벌어질 수 있으니 대화해서 선을 긋자'는 제안이라도 해야 한다. 끊임없이 선의를 전하고 노력해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관점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흡수통일을 할 생각이 없다. 먼저 북한과 대화하고, 평화 공존을 이루고 그다음에 (통일을) 얘기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간담회 중에는 긴장완화 노력의 하나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등을 검토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예민해하는 부분"이라며 "선제적으로 우리가 훈련 규모 축소나 연기를 검토하자는 주장도 일부에서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남북 간 평화 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되면 훈련을 안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길게 보면 대한민국 방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또 가급적 군사훈련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 체제'가 되면 그때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돈이 드는 합동군사훈련을 안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아울러 "상황에 따라 (훈련 축소·연기는 평화 체제 구축의) 결과가 될 수도,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며 "당장 (둘 중 어느 쪽이 될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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