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고등학생 주영(김정식 분)은 이웃 누나 수림(문인옥 분)을 오래전부터 좋아한다. 아파트 복도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수림을 지켜보거나, 모퉁이에 쌓인 담배꽁초를 치워두는 일처럼 조용한 관심을 보낸다.
하지만 어느 날, 학교에 가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나오던 주영은 수림이 오토바이를 타고 온 남자친구 성준(서동근 분)과 함께 있는 장면을 마주한다. 그 순간, 질투와 초조함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온다.
그 무렵 같은 학교 학생 은호(김다빈 분)가 주영에게 고백을 한다. 주영은 그 사실을 수림에게 전하며 어떤 반응을 기대하지만, 돌아오는 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은호와 사귀기 시작한 뒤에도 주영의 관심은 여전히 수림에게 머무르고, 은호에게는 건성으로 대할 뿐이다.
어느 날, 주영은 우연히 성준이 다른 여자와 통화하며 바람을 피우는 듯한 대화를 듣는다. 그는 그 사실을 수림에게 알리며 “가지 말라”고 말하지만 수림은 성준을 만나러 나간다. 결국 주영은 그 뒤를 쫓아가 성준의 오토바이를 넘어뜨리며 싸움을 벌이고, 혼란과 분노 속에서 세 사람의 감정은 한순간에 터져나온다. 수림은 주영에게 “네가 바란 게 이거냐”며 그의 자전거 벨을 부수고 돌아선다.
다친 주영을 은호가 치료해주면서, 은호 역시 불안과 상처를 드러낸다. “왜 다쳤는지 궁금하지만 화낼까 봐 묻지 않겠다”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은호 앞에서, 주영은 수림 앞에서의 자신의 모습을보는 것 같다.
영화는 우리가 성장하던 어느 순간, 누군가를 사랑한 마음 때문에 다른 누군가에게 잔인해질 수 있었던 그 서툰 시절을 담담히 보여준다.
수림을 향한 애틋한 마음은 순수하지만, 그 마음을 확인받고 싶은 욕망이 은호에게는 또 다른 무심함과 상처로 돌아간다. 주영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수림이 '나쁜 너'지만 은호에게는 주영이 '나쁜 너'다.
주영의 세계와 수림의 세계를 감정 뿐만 아니라 담배, 오토바이, 자전거 등으로 갈라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주영이 아무리 다가가도 건널 수 없는 어른의 세계인 것만 같다. 러닝타임 23분.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