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설 선 긋자 '與 지원사격'으로 전환
분산된 與 목소리 '구심점' 역할
'시정 개입' 논란은 여전
野 "조정하랬지 개입하라고 했나"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연일 각을 세우면서, 배경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서울시장 출마설'에 선을 그으면서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최근 적극적으로 시정을 비판하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서울시 시정에 국무총리가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김 총리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총리를 향해 "굳이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지방사무에 관해서만 시시콜콜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자세는 국정 전체를 총괄하는 국무총리로서 적합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총리가 최근 서울시 시정을 '점검'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비판하자 국무총리로서 부적절한 행보라고 지적한 것이다.
김 총리는 여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혔지만, 여러 인터뷰를 통해 출마설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다보니, 김 총리의 향후 행보가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라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2026년 8월인 만큼, 김 총리가 지방선거 국면까지 자세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김 총리는 현재 오 시장과 각을 세우면서 정쟁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다.
야당에선 김 총리가 차기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사전 선거 운동'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김 총리는 최근 내부 회의에서 여러 차례 서울시장 출마설에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총리실은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오 시장을 견제한다는 프레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의 후속조치 지시에 따라 지난 국정감사 당시 나온 지적을 점검하고 있는데, 이것을 정치적 의도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종묘를 비롯해 한강버스, 감사의 정원 등 사안은 모두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였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한 것"이라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국무총리로서 현장을 방문하는 것을 서울시장 행보라고 말하니, 답답하기 때문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계속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감사의 정원' 조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총리는 서울시의 종묘 앞 세운4구역을 비롯해 광화문 감사의 정원, 한강버스 안정성 등 사업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국정감사 당시 국회에서 지적된 사업이기 때문에 김 총리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향후에도 국회에서 서울시 사업 점검을 요청하면 응할 것이냐'라는 질의에 "국정감사 후속조치이자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전선거 운동' 문제는 차지하더라도 서울 시정 개입 논란은 아직 남아 있다. 국무총리로서 지방자치단체장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권한은 없지만, 각 부처는 지휘할 수 있다. 이 중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관련 정책과 행정 전반을 총괄하기 때문에 서울시도 영향권 안에 있다. 김 총리는 지난 17일 행안부에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감사의 정원' 사업에 대한 법·절차·내용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총리실은 통상적인 지시로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에선 "도를 넘었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박용찬 국민의힘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국의 국무총리가 불과 일주일 사이에 야당 소속 서울시장의 역점사업 현장 3곳에 잇따라 등장하는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넘어 일종의 '정치적 스토킹'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며 "'종묘의 기' '광화문 광장 조형물' 등을 문제 삼는 모습은 한가해 보이며, 이는 국가유산청과 행안부에서 제기해도 충분한 일인 만큼 김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걸맞은 새로운 면모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김 총리의 서울시 사업 점검이 기존 국무총리 역할을 넘은 탓에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은 현재 범람하면서 과열 상태다. 독보적으로 우세한 후보도 없는 탓에 메시지는 분산되면서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약점을 보완하고 구심점이 되는 것이 김 총리다. 여당은 김 총리의 오 시장 비판을 고리로 전선을 확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권에선 당정이 협공을 펼치고 있다고 판단한다. 김 총리는 존재감 확보를, 여당은 오 시장 지지율 하락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무총리는 중앙정부기관과 서울시의 입장이 다르면 조율해 주는 것이 역할"이라며 "국무조정실도 조정 역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한쪽으로 치우쳐서 지방정부의 사업을 폄훼하는 것은 총리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시절 민주당 소속 지자체에 대해 김 총리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자체를 상대로 국무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조정하고 권유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장 출마설에 선을 긋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민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며 "계속 무리수를 둔다면 국민 여론은 좋지 않게 흘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 역시 국민의힘의 주장에 "도를 넘었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국무총리로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시정을 점검한 것을 '서울시장 예비캠프'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당연한 민생 행보까지 '서울시장 예비캠프'라는 억지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시민 안전보다 정쟁을 우선하는 위험한 정치공세"라면서 "출퇴근용 한강버스의 잇따른 사고와 운행 중단으로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안전점검을 지시한 것이 무엇이 잘못이고, 종묘를 훼손할 수 있는 고층빌딩 건립도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냐"라고 반박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김 총리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당내에서도 안전과 역사 문제에 대해 시민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부처와 지자체를 총괄하는 국무총리가 역할을 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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