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은 초등 저학년이 된 첫째 아이에게 처음으로 독립된 방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실 공간은 협소하고 넣어야 할 가구는 많고, 무엇보다 이 배치가 아이의 성향에 정말 맞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필자를 찾았다.
부모로서 아이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과, 실제 공간에 그것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동시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인터넷에서는 예쁜 아이방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실제로 아이의 기질과 행동 패턴, 정서 발달을 근거로 공간을 설계하는 정보는 거의 없다. 의뢰인은 바로 그 지점에서 답답함을 느꼈고, 결국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첫째 아이는 활동적이고 밝은 기질을 가지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개방성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외향적 모습만으로 성향을 단순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피곤하거나 감정이 예민한 날에는 짜증이 늘고,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조용한 구석이나 틈 같은 곳에 스스로 몸을 숨기듯 들어가 머무르는 모습을 보인다. 영상 시청에 오래 몰입하며, 동시에 종이를 접거나 작은 도구를 이용한 만들기를 한동안 이어가는 등 세밀한 손 활동에도 집중한다. 겉보기에는 단순히 활동적이고 밝은 아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향적 에너지와 내면적 안정 욕구가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성향의 소유자였다.
ⓒdodamine place
이런 아이에게 필요한 방은 단순히 예쁘고 감각적인 공간이 아니다. 이 방은 하루 삶의 중요한 고리가 된다. 학습과 휴식, 만들어 보기 활동과 디지털 시청, 혼자만의 회복 시간과 가족과의 교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다. 따라서 아이의 기질을 정확히 읽고, 그 성향이 공간에서는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는지를 분석해 이를 반영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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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이는 청각 중심의 학습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방식이 편하며, 누군가와 짧게라도 대화하며 정보를 처리하면 더 빠르게 집중이 되는 유형이다. 그래서 책상은 방의 중심이 아닌 벽 측면에 배치하되, 보호자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열림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이가 공부할 때 부모의 존재가 전부 보일 필요는 없지만 완전히 단절되기도 싫어하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치는 이러한 성향을 고려해 창가 쪽으로 책상을 두어 시야를 안정시키고, 필요할 때 부모가 자연스럽게 옆에 다가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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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방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염두한 것은 수면과 놀이의 분리였다. 기존에는 방 전체가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되어 있었고, 침대가 방의 분위기를 지배했다. 아이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는 집중과 휴식 모두에 방해가 되는 구조였다. 활동적인 기질을 가진 아이에게는 너무 열려 있는 공간보다는 영역이 구분된 구조가 더 안정적이며, 내향적 회복 욕구가 있는 아이에게는 아늑하게 보호된 수면 공간이 필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난감 수납장을 파티션처럼 활용해 침대 공간을 가려주는 구성을 선택했다. 수납장은 높이가 지나치게 높지 않아 방을 답답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침대 쪽으로는 아늑함을 형성하고, 반대쪽으로는 넓게 열린 놀이 공간을 확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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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파티션 구조는 수면 공간을 조용하고 안정된 영역으로 바꿔 주었다. 아이는 침대에 누웠을 때 방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개방감보다, 시선을 적절히 차단한 소규모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성향이 있었다. 이는 잠자리 준비 과정이 짧고, 누우면 빠르게 잠드지만, 잠들기 전에는 감정의 안정이 필요한 모습과 연결된다. 수납장을 통한 차단은 외부 자극을 줄이고, 침대를 작은 방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심리적 안정감을 높였다. 동시에 방 전체가 어둡거나 답답해지지 않도록 가구의 높이와 시각적 무게를 세심하게 조절해 균형을 맞추었다.
침대의 위치는 특히 신중히 고려해야 했다. 아이는 어둠을 무서워했고, 완전히 깜깜한 상태에서는 잠들기 어려워했다. 또한 잠들기까지는 짧지만, 잠들기 직전에는 감정의 안정이 필요했다. 침대를 방 중앙이나 출입문과 마주 보게 두면 아이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함을 느낄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침대는 창가 쪽으로 붙여 두고, 장난감 수납장을 침대와 문 사이에 배치해 시선을 부드럽게 차단하는 방식으로 아늑한 수면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이 배치 덕분에 아이는 침대에 누웠을 때 외부 시선에서 벗어나 있고, 주변이 환하게 열려 있지 않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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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의 전체 톤은 부드러운 아이보리와 화이트를 기본으로 하되, 아이가 좋아하는 보라색을 침구와 쿠션 등 작은 소품에만 반영했다.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요소를 줄이고, 공간 자체가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방은 활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공간이 되었다. 방 중앙은 탐색과 놀이, 바깥쪽 벽면은 학습과 정리, 창가 쪽은 휴식과 수면이라는 흐름을 따라 전체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이가 하루 동안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각각의 성향에 맞는 자리를 갖추게 되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공간을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형태를 넘어서 아이의 감정과 하루의 리듬을 담는 그릇이 되었고, 이러한 구조적 안정감은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토대가 된다.
성향 기반 공간 설계는 단순한 인테리어 작업이 아니다. 아이의 기질을 정확히 읽고, 그 아이만의 세계가 안전하게 확장될 수 있도록 돕는 심리적 환경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방은 그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아이가 가진 에너지와 관심사,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정서적 조절 능력을 모두 고려한 결과 완성된 이 공간은, 단순히 보기 좋은 방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 속도를 존중하고 일상을 안정시키는 구조가 되었다. 앞으로 아이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방을 조금씩 변화시키겠지만, 그 변화의 방향은 이제 훨씬 건강하고 안정적일 것이다. 이 방은 아이가 앞으로 수년간 경험하게 될 삶의 기초 공간이자, 감정과 탐색, 배움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작은 세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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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 : 아동심리연구소 플레이올라
신은경 도다미네플레이스 대표 dodamine_plac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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