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통계' 빠진 부동산 규제책 공방
野 "미반영 위법" vs 與 "불법 아냐"
김윤덕, '규제지역 조정 검토' 시사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정부가 서울 전체와 경기 12개 시구를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은 10·15 부동산 규제책을 놓고 여야간 '통계 왜곡' 논쟁이 불거졌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직전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을 산정해야 하지만, 정부가 9월 통계를 빼고 6~8월 통계를 근거로 삼아 애초 규제지역이 아닌 곳이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야권에서는 '통계조작 정치'라고 비판하지만, 정부·여당에서는 '적법한 통계'라며 반박했다.
여야는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9월 집값 상승률 통계를 반영하지 않고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적법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권은 가장 최근 통계인 7~9월 주택가격 동향이 아닌 6~8월 통계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근거로 삼았다며 이를 '위법한 행정처분'이라고 비판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제대로 된 통계를 썼다면 (규제지역에서) 빠질 수 있던 지역이 10곳이나 된다. 규제지역으로 묶여 대출 제한 강화, 재건축·재개발 지위 양도 금지, 이주비 대출 제한 등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김은혜 의원은 "(10·15 대책에) 9월 통계가 아니라 8월 통계를 적용해서 엉뚱하게 피해를 본 국민들만 270만명에 달한다"고 맹폭했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은 직전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투기과열지구는 1.5배)를 초과할 경우 지정할 수 있다. 10·15 대책 기준으로 '직전 3개월'은 7~9월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4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심위) 의결 전에 9월 통계를 확인함에 따라 시행령대로 7~9월 통계가 적용됐더라면, 서울 중랑·강북·도봉·금천구와 경기 의왕, 성남 중원구, 수원 장안·팔달구 등 8곳이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란 게 야당의 주장이다.
즉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목표로 대상이 아닌 지역들까지 한 데 묶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이자,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9월 부동산 통계를 보고받고도 이를 누락해 고의적으로 6~8월 통계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반면 민주당은 미공개 상태였던 9월 집값 통계를 대책에 앞당겨 반영하는 것이 오히려 위법이며, 정부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며 옹호에 나섰다.
안태준 의원은 "15일 (9월 통계) 발표 전까지 그 정보를 사용하면 위법이고 감옥에 가야 한다"며 "주심위는 10월 13일 이미 가동되고 있었는데 13일에 공표되지도 않은 정보를 억지로 사용하는 것이 조작"이라고 했다.
전용기 의원도 "통계자료는 어떤 의사결정의 쓰임을 위해 (공표 전에는) 사용할 수 없다"며 "지금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은 미리 받아 적용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왜 이렇게 불법을 종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야권은 법원에 10·15 부동산 대책 취소소송 및 효력정지신청을 제기했다. 정부가 해당 규제책의 근거로 부적합한 집값 통계(6~8월)를 활용한 것은 무효라는 이유에서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9월 통계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이를 국민들에게 숨긴 채 정치적 의도를 갖고 거짓말하며 불법적으로 10·15 부동산 대책을 남발했다"며 "이재명정부의 폭주를 법원을 통해서라도 제어하기 위해 행정소송과 효력정지신청을 제출하러 왔다"고 말했다.
법원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위법 판결'이 내려질 경우 부동산 시장 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부 은행의 경우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기존 주택담보대출 상품 정비를 위해 시스템을 일시중단했고, 당장 주담대가 필요한 사람들의 대출 문턱이 막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 앞에서 10.15 부동산 대책 취소소송 소장 및 효력정지 신청서를 접수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김연기 법률자문위원장. ⓒ뉴시스
추후 법원 판결에 따라 부동산 규제가 번복되면 은행이 재차 대출 시스템 재정비에 나서고, 이 기간 동안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은 뻔하다는 관측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위에서 염태영 민주당 의원의 '추후 규제지역 조정 계획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정부가 한 번 발표한 정책이기 때문에 일관되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시장 상황이 워낙 가변적이어서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아울러 김 장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일단 (야권이) 행정소송을 한다고 했기에 우리는 그 소송에서 법적으로 과연 어떤 것이 분명하게 옳은지 판결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행정소송에서 우리가 진다면 (10월) 15일에 공표된 수치를 써야 한다고 결론이 나온 것으로 보이기에 법적 절차로는 그 지역에 대한 규제를 일부 해제하는 게 답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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