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로 재미 좀 봤는데…국내 시장 포화에 해외로 발 돌리는 K-톡신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11.11 14:35  수정 2025.11.11 14:46

대웅제약,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기반 3분기 호실적

대표적인 저원가 고수익 제품, 국내 제품 포화에 가격↓

K-보톡스 신뢰도 높은 남미, 중동 진출로 돌파구 마련

보툴리눔 톡신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등 선두 주자들이 톡신 제품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3분기 호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잇단 시장 참여에 따른 레드오션화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동, 남미 등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실적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3분기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해외 판매 호조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 기간 나보타의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553억원으로 대웅제약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118억원, 5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9%, 52.6% 늘어난 실적으로 증권가 컨센서스인 매출 3741억원, 영업이익 484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경쟁사 메디톡스 역시 톡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메디톡스는 계열사 뉴메코의 보툴리눔 톡신 ‘뉴럭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초로 3개 분기 연속 매출 600억원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메디톡스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3%, 48.3% 증가한 610억원, 89억원으로 톡신 제품군이 국내외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툴리눔 톡신은 신경 전달 물질 분비를 막아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독소 단백질로 미용 목적 외에도 치료 분야에서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균주만 확보하면 지속적인 배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제조 원가가 일반 의약품에 비해 매우 낮아, 높은 마진율을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저원가 고수익’ 품목으로 꼽힌다.


‘레드오션’ 된 보톡스 시장…해외로 눈 돌린다

이처럼 보툴리눔 톡신이 R&D 지출이 많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부상하며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제품 출시에 뛰어들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대웅제약, 메디톡스, 휴젤 외에도 종근당바이오, GC녹십자웰빙, 파마리서치바이오 등 보툴리눔 톡신 개발 및 판매에 뛰어든 국내 기업은 20곳 이상이다.


신성장동력으로 각광 받은 톡신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화하면서 국내 시장의 공급 과잉은 곧 가격 경쟁으로 이어졌다. 기업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파격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하하면서 국내 판매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며 국내 보툴리눔 톡신의 병·의원 공급가는 100유닛 기준 1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톡신 경쟁이 심화되기 전 4~5만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가까이 공급가가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톡신 제조사들은 내수 시장 만으로는 고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 해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대웅제약, 메디톡스, 휴젤 등 주요 톡신 업체들은 유럽, 미국을 넘어 중동, 남미, 동남아시아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해당 시장은 미용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고 기존 유럽, 북미 시장 대비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워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브라질에서 18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2018년 첫 계약 대비 규모를 10배 가까이 키웠다. 태국에서도 기존 계약의 3배에 달하는 738억원 규모의 수출 재계약을 체결했다. 중동에서는 아랍에미리트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쿠웨이트 등 5개국에 진출했다.


뉴메코의 뉴럭스는 지난해 태국, 페루에 이어 올해 조지아, 볼리비아, 몰도바에서도 허가를 받으며 동남아, 중남미, 유럽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휴젤도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에서 ‘보툴렉스’를 선보였으며, 중동 최대 시장인 사우디와 카타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톡신 제조사 관계자는 “톡신의 원가 경쟁력이 타 제품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서는 점점 더 마진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 개척은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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