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가격 상승 추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큰 부담”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11.11 12:00  수정 2025.11.11 12:01

대한상의 SGI, ‘전력수요 증가와 전력산업 생산성 향상 효과 분석’ 보고서

대한상공회의소 SGI가 12일 ‘전력수요 증가와 전력산업 생산성 향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사진은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대한상의

최근 인공지능(AI) 확산과 산업‧생활 전기화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력비 비중이 높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부담이 크게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12일 ‘전력수요 증가와 전력산업 생산성 향상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5년간 전기요금 급등으로 인해 산업계의 전력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과 수출경쟁력에 악영향이 확대되고 있다”며 “공급 인프라 및 제도적 유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력비용 상승 등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전반적인 전력시장 제도 개선과 기술혁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내 전력소비는 2010년 이후 연평균 약 1.7% 증가했고, 정부가 3월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대까지 매년 약 2% 수준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공급능력이 충분히 확대되지 못하면 전력수요가 2% 늘어날 때 전력가격은 일반 물가 대비 약 0.8%p 추가 상승하고 GDP는 0.0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또한 전력가격 상승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력집약적 첨단산업의 생산액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경원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전력가격 상승이 산업별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별 투입구조 차이로 인해 다르다”며 “제조원가에서 전력비의 비중이 높고 다른 에너지원으로의 대체가 어려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력집약산업은 생산비 부담이 급격히 커져 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

SGI는 전력산업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면 전력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경제 전반의 산출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력 공급여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전력수요가 늘면 수요 증가에 따른 균형가격이 상승하게 되지만, 전력산업의 총요소생산성(TFP)이 향상되면 동일한 인력·설비·연료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단위생산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공급 변화 없이 전력수요가 늘어났을 때 전력가격이 상승하고 GDP가 감소했으나, 전력산업의 생산성이 1% 개선될 경우 전력가격은 일반 물가 대비 0.6%p 하락하고 GDP는 0.0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전력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입었던 반도체(산출량 1.1%)와 디스플레이(0.5%) 부문의 산출 감소폭이 크게 줄었다.(반도체 0.8%, 디스플레이 0.3%)



ⓒ대한상의

SGI는 전력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 과제로 ▲ 수요자 중심 전력거래 방식 확립, ▲전력산업 전주기 기술혁신, ▲에너지·디지털 융합형 전문 인력양성 등을 제시했다.


먼저 전력산업의 기술혁신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 전력거래 방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전력시장은 경직된 제도와 제한적인 가격신호 기능으로 인해 수요 변화에 따른 효율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시간 전력 수급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시장구조와 전력소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요금제도 마련 등 민간 참여 및 혁신이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발전–송배전–수요관리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술혁신을 통해 설비 효율을 높이고 계통운영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고효율 발전 설비 도입과 전력망 고도화, AI 및 ESS를 활용한 계통 운영 최적화, 그리고 수요부문 피크 부하 관리를 통한 효율적 전력소비 구조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디지털 융합형 전문 인력양성을 중요한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AI 기반 전력계통 운영, 스마트그리드, 재생에너지 통합관리 등 신기술 확산이 가속화되는 만큼 전력산업의 전문성과 디지털 역량을 동시에 강화할 체계적인 인재양성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박양수 대한상의 SGI 원장은 “APEC 등을 계기로 AI 기반 경제 재도약을 위한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AI 기반 성장에 필수적인 에너지공급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여 기업들의 전력비용 부담이 완화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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