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김정은 못 만난 뒤 대북제재 잇따라 발표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1.05 06:46  수정 2025.11.05 07:02

"北 돈세탁 개인 8명과 기관 2곳 제재"

재무부 “北 사이버범죄 자금세탁 단죄”

국무부도 유엔서 北·中 거래 처벌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에 이어 미 재무부가 대북 제재 구상을 내놨다. 지난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수차례 ‘깜짝 회동’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불응한 게 이번 조치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4일(현지시간) 북한 정권의 사이버 범죄 및 정보기술(IT) 노동자 사기 수익 자금 세탁에 간여한 북한 국적자 8명과 북한 소재 기관 2곳을 제재 대상으로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특별 제재 대상(SDN) 리스트에 올린 북한 국적의 장국철과 허정선은 가상화폐 530만 달러(약 76억 5300만원)를 포함한 자금을 관리해 왔고, 이 자금 중 일부는 과거 미국을 표적으로 삼은 전력이 있는 북한 랜섬웨어 조직과 연계돼 있다고 미 재무부는 설명했다. 랜섬웨어는 컴퓨터 또는 서버의 파일을 암호화한 뒤 복구를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이버 공격 수법이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과 단둥 등 최소 2개 도시에서 IT 인력 파견 조직을 운영해 온 북한 소재 정보기술(IT) 기업 조선만경대컴퓨터기술회사(KMCTC)와 회사 대표 우영수 역시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이 회사 소속 IT 인력은 중국 국적자를 금융거래 대리인으로 활용해 불법 창출한 수익 자금의 출처를 숨겨 온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금융기관인 류정신용은행은 중국과 북한 간의 제재 회피 활동을 위한 금융지원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용철과 한홍길, 정성혁, 최춘범, 리진혁 등 중국이나 러시아에 기반을 둔 북한 금융기관 대표자들은 미국 제재 대상인 북한 금융기관 대신 자금 송금 등에 관여했다고 재무부는 덧붙였다.


제재 대상이 된 개인 및 기관은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며 이들과의 미국 내 거래 역시 금지된다. 존 K 헐리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북한 정권은 핵무기 프로그램 자금을 마련하려 북한 정권이 후원하는 해커들을 동원, 돈을 훔치거나 세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북한과 연계된 사이버 범죄자들은 30억 달러 이상을 탈취했다. 재무부는 “미국은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그와 연계된 제재 회피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북한 관련 세력의 활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앞서 북한산 자원의 불법 환적(換積)에 관여한 제3국 선박에 대한 제재도 병행해 추진 중이다. 미 국무부는 전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해 북한산 석탄·철광석의 대중국 수출에 관여한 제3국 선박 7척을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71호는 북한 주력 수출품인 주요 광물의 해외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 때 “석탄과 철광석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북한의 핵심 재원”이라며 “이런 자금줄을 차단하는 게 유엔 대북 제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모습. ⓒ 신화/연합뉴스

미국의 북한 관련 유엔 제재 추진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처음이다. 시점이 매우 공교롭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아시아 순방 당시 한국에 가면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누차 피력했는데도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고, 미국의 유엔 대북 제재 추진 사실이 며칠 뒤 공개됐다.


지난달 방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겐 (대북) 제재가 있다. 그건 꽤 큰 사안이다”라며 제재 완화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요청을 거절했고, 이젠 미국이 추가 대북 제재 카드를 꺼내 든 모양새가 됐다. 다만 국무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이미 봄부터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지금 시점과 특별한 연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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