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옳고 그름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에 대한 예의
정부·여당, 부동산 대책 둘러싼 여론 이해·공감 없어
최민희, 국감 기간 중 딸 결혼식…최혁진, 도 넘은 공세 논란
기본 무너진 정치에 희망 없어…기본 되찾는 정치 시작돼야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통신위원장 ⓒ 데일리안 DB
국민을 향한 예의, 권력 앞의 책임, 그리고 겸손과 절제. 이러한 정치의 기본이 무너진 자리에 국민의 분노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번 10·15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논란이 되었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 그리고 국정감사 내내 이름이 오르내렸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통신위원장과 최혁진 무소속 의원의 언행을 지켜보면서 머릿속에 한 문장이 스쳤다. "Manners. Maketh. Man." 2015년 대중적 흥행을 얻었던 영화 <킹스맨>의 강렬한 명대사로, 예의를 지키지 않고 '완장질'하며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이들을 향한 일침이다. "예의가 사람을 만든다"는 뜻으로, '예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라는 의미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정책의 옳고 그름보다 앞서야 할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여권 인사들의 발언과 태도에는 예의도, 공감도 없었다.
이재명 정부의 10·15 3차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 국민 여론이 들끓자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투기 수요를 막은 것이지, 실수요자의 문을 닫은 게 아니다. 수억, 수십억 원의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것이 맞나"라며 정부의 정책을 옹호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또한, 김 원내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가 아니라 '강남 3' 중 하나인 송파구에 재건축을 앞둔 35억원 상당의 장미아파트를 소유한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는데, 김 원내대표는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샀다"라고 응수하는 등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들로 논란을 키웠다.
여당과 정부가 400m 계주라도 하는 것인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며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던 이상경 전 국토부 1차관은 한 방송에서 "지금 집을 사려 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지금 말고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돈 모아서 사면 된다. 기다리면 기회는 온다"라고 말하며 들끓던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어 배우자의 갭투자로 1년 만에 6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비판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전 차관이 '직'을 선택하는지 '집'을 선택하는지 지켜보자는 국민 여론 속에서, 그는 결국 사퇴를 결정했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부동산 대책으로 분노와 절망에 휩싸이게 된 국민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차마 할 수 없는 언행이었을 것이다. 국민을 업신여기니, 그런 말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국민과의 공감이 결여된 채 "왜 이렇게 말들이 많고 호들갑이야"라는 뉘앙스의 발언들을 이어갔다. 정책은 국민을 설득하는 언어로 완성된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그들의 언행에는 설득의 언어가 아닌 교만의 목소리가, 공감이 아닌 거리감이 전부였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이하 과방위원장), 최혁진 의원(비례대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위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피감 기관, 언론기관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임위원장이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 사랑재에서 딸의 결혼식을 치르며 이해충돌 논란을 자초했다. 피감 기관에 딸의 결혼 사실을 알린 정황과 모바일 청첩장에 카드 결제 링크가 존재하는 등의 부적절함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반성은커녕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의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 "기업이나 피감 기관에 딸의 결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라는 자식도 믿지 않을 기상천외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본인에게 불리한 발언의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국감 현장에서 피감 기관도 아닌 MBC의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요구하는 오만불손함도 보였다.
친여권 성향의 최혁진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댄 '조요토미 희대요시' 합성 사진을 사용하고 '나경원 언니(나경원 의원은 장녀다.) 의혹' 제기 등 도를 한참 넘은 공세로 비판을 받았다. 또한 질의하는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90도로 몸을 틀고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기괴한 행동을 했는데, 예의도 없거니와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기본 소양 자체가 결여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 영역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이 있다. 국민을 향한 예의, 권력 앞의 책임, 그리고 겸손과 절제가 그것이다. 정치 영역에서 정책도,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권력'이 커질수록 정치인들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기본은 점점 무너져 내린다. 이제라도 기본을 되찾는 정치가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기본이 무너진 정치에 희망은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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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서율 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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