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건설 투자 의존한 경기 부양 장기침체 부른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10.26 12:59  수정 2025.10.26 13:05

한은, '일본과 중국의 건설투자 장기부진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

국내 건설투자 5분기 연속 역성장…2021년부터 4년 연속 감소세

"日·中 사례 보면 건설 투자 과도하게 의존하면 장기 부진 불가피"

"경제 성숙해지고 잠재성장률 낮아질 때 건설 투자 확대해야"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가계와 정부 부채가 쌓이면서 경기 회복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가계와 정부 부채가 쌓이면서 경기 회복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26일 공개한 '일본과 중국의 건설투자 장기부진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투자는 지난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1년부터 4년 연속 감소세다. 건설경기 여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향후 건설투자에 대해서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장기부진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장기간 건설투자 부진을 경험했고, 중국도 비슷한 장기 부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초 경제의 거품(버블)이 꺼진 직후 경기 침체에 대응해 1990년대 후반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경기 부양 정책을 발표했다. 도로·철도·항만·공항·댐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의 건설 투자가 주요 대책이었다.


또한 경기 대책의 일환으로 가계의 주택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주택대출 공제 등 세제 우대 정책을 시행하고 주택금융공고 등 공공금융기관이 대출도 늘렸다. 이런 정책은 일본은행(BOJ) 금리 인하와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수요가 겹치면서 주택 건설이 증가하는 효과를 냈다.


한은은 "장기적으로 일본 버블 붕괴 직후 수년간 이어진 건설투자 중심의 경기 부양책은 경기회복 효과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고 경제 체질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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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비효율적 공공투자 배분 ▲지방경제의 건설업 의존 심화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가계소비의 장기부진 ▲재정 상황 악화 등의 문제점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주택대출 세액공제, 공공금융기관의 주택대출 취급 확대 등으로 차입을 통한 주택구매가 늘었지만, 주택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부채상환이 이뤄짐에 따라 가계소비는 장기간 제약됐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중국 건설투자 침체도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막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부양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며 "이는 중국 내 사회갈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고, 과거 일본의 경험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보면,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 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 결국 가계 또는 정부 부채 누증을 통해 경기 회복력이 저하되고 건설 투자의 장기 부진도 불가피하다"며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하고 인구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때 인공지능(AI)·기후변화에 대응한 인프라 고도화 등의 건설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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