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꾸준한 호소가 일부 통했다.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였던 광고 운영의 자율성 확대의 길이 열렸으며, 중간 광고 규제 완화도 예고됐다. 그러나 이미 시청자들의 관심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등으로 쏠린 상황에서 지상파의 미래를 마냥 밝게만 볼 수 없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지상파 방송의 광고·협찬 규제에 대해 “지상파란 이유로 과거 특혜를 받았기에 규제가 심했지만, 요즘은 특혜라고 할 것도 없이 똑같지 않냐”며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현행 방송법은 지상파의 경우 프로그램 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중간광고, 간접광고 등 7종만 허용하고 있으며, 이 밖에 다른 유형의 광고는 불허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이 같은 제한이 없는 유튜브, OTT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광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호소가 이어졌었다.
이에 가상·간접광고·중간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광고 하루 총량제를 도입해 방송사의 광고 운영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돼 지상파들의 ‘반가움’을 자아냈다.
이날 지상파를 대표해 참석한 방문신 SBS 사장은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오징어게임3’ 등의 간접 광고와 브랜드 협찬, 타이틀 스폰서십 등 다양한 재원 조달 사례를 소개하며 “유독 대한민국 지상파 TV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금지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으며, 이 대통령 또한 ‘역차별’ 목소리를 받아들이며 “규제를 차별적으로 유지할 이유가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적정선’을 언급했는데, 이를 위한 첫 발걸음이 예고된 것.
방 사장과 이 대통령의 말처럼 지상파가 다소 구시대적인 잣대를 적용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공감 중이다. 방 사장이 “옛날처럼 전파로 TV를 보던 시대가 아니라 지금은 하나의 TV 수상기로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 OTT를 동시에 보는 시대”라고 언급한 것처럼 TV 플랫폼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던 시대가 완전히 저문 만큼, 변화는 필수였다.
특히 대놓고 술을 마시며 PPL을 하는 유튜브 플랫폼에 광고주들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에서, 지상파를 향한 엄격한 잣대는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것이 ‘실효성’이 있는 규제 완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2년 2조 7000억원에 달했던 지상파 방송사 광고 매출액은 지난해 약 8000억원으로, 22년 만에 30% 수준으로 줄어들 만큼 치명적이지만, 규제 완화만으로 이를 되돌릴 수 있냐는 질문에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현재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글로벌 OTT는 콘텐츠 제작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차지 중인 상황에서 진짜 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따로 있다는 것.
시대극 ‘폭싹 속았수다’를 비롯해 첩보 멜로 ‘북극성’까지,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투입, 톱스타 출연은 물론 완성도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많은 창작자들이 ‘글로벌 OTT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사실이다. ‘북극성’의 김희원 감독은 제작비 500억설을 부인하면서도 PD로서 이 같은 스케일을 경험한 것은 의미있다고 언급했으며, 최근 공개된 영화 ‘굿뉴스’의 변성현 감독 또한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를 선택한 것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렇게 큰 버짓의 영화를 한국영화가 침체되어 있는데 이걸 할 수 있는 곳은 넷플릭스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제가 넷플릭스에 같이 하자고 부탁했다”고 말했었다.
2021년 지상파가 중간광고를 도입했으나, 흐름이 끊긴다는 지적 외에 긍정적인 반응은 나오지 못한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현재 방송사의 대형 프로젝트는 줄어들고, 평일 드라마도 실종되거나 휴식기를 거듭하는 등 제작 편수 축소가 이어진 상황에서, 방송 프로그램의 상업화 강화 등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까지 안게 된 지상파가 ‘어떤’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유발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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