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수단' 부동산 보유세 인상 솔솔…李정부, '文 시즌2' 우려 고조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0.22 04:00  수정 2025.10.22 13:06

10·15 대책에 흔들리는 수도권 민심

기폭제 '보유세'…與 선 긋기 '급급'

기회 잡은 野…'부동산 민심' 확보 총력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전국체전 개막식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야권의 반발과 함께 수도권 민심도 심상치 않지만, 정부·여당은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집값이 한 번 더 요동칠 경우 '부동산 보유세' 강화 카드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민심의 기폭제가 세제 개편이라는 분석과 함께,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국민경제를 왜곡하는 투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며 "가용한 정책 수단을 집중 투입해 경고등이 켜진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인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5억 초과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강화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주택시장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을 동원한 것인데, 이 대통령은 여기에 투기성 자금이 과도하게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드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는 만큼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부동산이 우리나라의 주된 자산 관리 수단이 된 것을 경계해 왔다. 주식 시장 활성화에 총력을 쏟는 이유도 국민 투자 수단이 '부동산'이 된 탓에 주택 시장 안정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은 주식시장 등 다른 투자처의 다변화가 이뤄진다면 '경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일 마포구의 한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써붙어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10·15 대책의 직접적인 대상인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최근 이 대통령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여러 이유 중 고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확산된 전세난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0일 브리핑을 통해 10·15 부동산 정책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는 지적에 "급격한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게 됐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정치권에선 진보 정당의 부동산 대책을 '양날의 검'으로 평가한다. 집값 안정화는 역대 정부의 최대 과제지만, 잡기가 쉽지 않은 탓에 매번 야권의 공세 명분만 주는 모양새였다. 특히 진보 정당은 집권 이후 '부동산 규제'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는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보수 정부도 집값 잡기에는 실패했지만, '규제 완화책'에 불안 심리가 적어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르는 현상이 이어졌다. 이는 "진보 정권에선 빨리 집을 사야 한다"라는 속설이 퍼진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민심에 흔들린 것은 문재인 정부다. 문 전 대통령은 집권 4년 차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180석(민주당+더불어시민당)이라는 대승을 거두며 '슈퍼 여당'의 지원받는 대통령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이 무색하게 국민은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줬고, '정권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처음 깨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패배에는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정부·여당은 부동산 규제가 장기적으로 과열된 시장을 잠재우고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에서 집값이 일부 하락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펼친 부동산 대책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안정을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에 근거 없는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을 방치할 경우 주택가격 상승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해 시장 왜곡이 더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이번 부동산 대책은 서민과 실수요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서민과 청년의 주거 안정을 든든히 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진성준 의원은 지난 17일 YTN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서 강력한 대책들을 연달아 내놨는데, 정작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윤석열 정권하에서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값 동향을 아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추세를 반드시 잡아야 되겠다'라는 의지를 (10·15 대책을 통해)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의 사법·언론 개혁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국민의힘은 10·15 대책에 대해 "사실상 현금 부자만 집을 살 수 있는 구조"라면서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 국민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라고 비판했다. 주택 공급 없이는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데, 대출 등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야권에선 부동산 민심이 터질 이른바 핵심 규제가 아직 남았다고 보고 있다. 바로 고가주택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다. 다주택뿐만 아니라 고가의 1주택자에 대해서도 세금을 강화하겠다는 기조가 정부발로 언급되고 있다. 세 부담을 늘리면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흘러나와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보유세 인상은 세입자에게 전가돼 전세 매물 감소와 임대료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로 꼽히는 것이 '종부세 확대' 즉 세제 개편이라는 점이다.


당장 대통령실은 보유세 인상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국무회의에서 세제 개편과 관련된 이야기는 등장한 바 없다"며 "부동산 대책이 전날 실효돼 아직 좀 이른 얘기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야권에선 정부·여당이 보유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정부·여당은 세제 개편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것이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내년 지방선거 이후 바로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보유세를 인상할 것"이라며 "집값 상승률이 보유세 인상보다 훨씬 큰데 이걸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실효성 없는 정책이고, 현재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나오려는 정치인들은 보유세 인상이 수도권 민심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강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보유세 인상'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10·15 대책이 시행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고, 민심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기폭제가 될 수 있는 '보유세' 카드를 꺼내기엔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오는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부동산 이슈가 선거 중심에 서게 된다면 '집권 초 선거 승리' 공식도 깨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여당은 우선 공급 안정에 방점을 찍고 논의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시·군·구별 구체적인 공급 계획을 포함하는 주택 공급 관련 세부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공급까진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집값이 상승하면 '보유세'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은 부동산 대책을 우려하면서도 정부를 압박할 기회라고 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사실상 헛발질을 한 것"이라며 "'문재인 시즌2'로 볼 수밖에 없고, 오세훈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고 공급을 늘리자는 방향성인데 정부가 규제를 하고 있으니 오히려 선거에서 우리 당이 키를 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민심은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굉장히 부정적인 탓에 선거 때까지 이어질 것 같다"며 "이재명 정부도 문재인 정부처럼 여러 차례 규제를 하다 민심을 잃는 전철을 밟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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