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실패…빚에 허덕이는 청년
‘고수익 보장’ 내건 취업사기 범죄 취약
캄보디아서 청년 다수 납치·감금
“인생역전에 도전하실 분들 언제나 환영입니다.”
실제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캄보디아 고수익 일자리를 홍보하는 글이다. 이같은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떠난 청년 중 상당수가 납치·감금 피해를 당했다.
일부 청년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취업 실패에 절망한 이들이 고소득 일자리를 준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간 점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불안한 일자리와 소득, 불어나는 빚은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20대 가계대출 연체율 0.41%…전 연령층 중 최고
올해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20대 가계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특히 신용대출 연체율은 0.8%로 30~50대의 두 배를 웃돌았다.
20대 대출 규모 자체는 34조5660억원으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작은 편이지만, 대출 부실 정도는 가장 심각하다. 학자금 대출 상환을 6개월 이상 미룬 청년은 5만명에 육박하며, 연체액은 2500억원이 넘는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청년도 6만6000명에 달한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청년들은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기도 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지난해 6월 공개한 ‘저신용자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저신용자(6∼10등급) 중 20∼30대 응답자의 10%가 최근 3년 이내 대부업 또는 사금융을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2년 7.5%에서 2023년 9.8%를 거쳐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일자리 현실도 냉혹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17개월째 하락세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제조업·건설업 등 전통적 일자리는 여전히 감소세다. 특히, 20대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 43.1%에 이르렀는데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빚을 갚을 수단이 막히고 채무는 불어나면서 절망에 빠진 일부 청년들은 ‘부채 탕감’, ‘고수익 보장’ 등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과 극심한 빈부격차 등에 좌절감을 겪은 청년일수록 해외취업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청년이 원하는 상식과 공정을 갖춘 일자리가 많이 없다는 게 한국 노동 시장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청년에게 불리하게 바뀌는 고용환경
위기에 빠진 청년을 위해 일자리 정책 등에 대대적 손질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않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수천 개의 정책을 쏟아냈지만, 고용 환경은 청년들에게 적대적으로 바뀌어 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4일 양대 노총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법정 정년연장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의 요구대로 정년이 현재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면 잠재적 근로자인 청년층에게 돌아갈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정년 연장 이후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마다 청년 고용은 최대 1.5명 줄었다.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 속에서 고령 근로자의 고용이 늘면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노동계가 강조해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도 효력 발생을 앞두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노란봉투법의 골자인 사용자의 범위 및 쟁의 사유 확대는 경영 불확실성을 불러와 기업의 신규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 갈등의 심화는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보수적인 경영을 강제하게 된다”며 “국부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기업인데 이들이 보수적인 경영을 한다면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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