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폭언으로 무너진 간호사 정신건강부터"…간협, '심리상담 전문가단' 출범

대한간호협회, 21일 출범식 개최

간호사 2명 중 1명 인권침해 경험

“심리상담 전문가단, 조직문화 혁신의 출발점”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이 21일 대한간호협회 간호인력지원센터에서 열린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인권이 무너진 곳에 진정한 돌봄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대한간호사협회는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을 출범합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간협)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간호인력지원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간협은 이날 간호사의 정신건강 증진과 인권 보호를 위해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을 공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간협은 간호인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심리상담 지원사업과 조직문화 개선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취지문 발표에서 “오늘 발대식은 단순한 출범 행사가 아닌 무너진 간호사의 인권과 마음 건강을 되찾기 위한 선언의 자리”라며 “간호사가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때 비로소 국민의 생명과 건강도 지켜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리상담 전문가단은 간호사 인권 회복의 최전선이자 조직문화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간협이 제도적 기반과 지속 가능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간협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인력 인권침해 상담센터에서 최근 5년간 보건의료인력을 대상으로 접수된 인권침해 상담 건수는 6000건을 넘었다. 이 중 간호사 관련 상담이 57.9%(3487건)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한간호협회 간호인력지원센터에서 열린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 발대식'에서 현장 간호사들의 증언이 공개됐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이날 행사에서는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도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응답 간호사의 50.8%가 최근 1년 사이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중 71.8%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요 인권침해 유형으로는 ▲폭언(81.0%) ▲직장 내 괴롭힘 및 갑질(69.3%)이 가장 많았고, 가해자는 ▲선임 간호사(53.3%) ▲의사(52.8%) ▲환자 및 보호자(43.0%)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 대부분은 병동 등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있는 공간(79.0%)에서 발생했다.

현장 간호사들의 증언도 공개됐다. 이들은 의료현장 내 폭언·폭행과 위계적 문화가 일상화돼있으며 보호 받을 수단이 사실상 없다고 호소했다.

한 간호사는 “출근하면 제일 먼저 상급자의 눈치를 본다”며 “기분이 나쁘면 사소한 실수에도 폭언이 쏟아지고, 후배들 앞에서 모욕을 주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