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발란·홈플러스 이어 뉴넥스까지 회생 도미노
고금리·내수침체 장기화에 유통기업 직격탄
"반짝 효과 소비쿠폰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고민해야"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편집자 주] 지난해 티몬·위메프 사태에 이어 회생을 신청하거나 파산에 내몰리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유통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개별 기업의 부실을 넘어, 내수 침체와 고금리·고비용 구조가 맞물린 전반의 구조적 위기로 해석된다. 본 기획은 이러한 연쇄 회생의 이면을 짚고, 경기 부양·산업 재편·기업 책임 등 유통 생태계 복원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유통기업들의 기업 회생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사태를 시작으로 명품 플랫폼 발란, 대형마트 홈플러스, 뉴넥스(브랜디·하이버 운영사) 등이 잇달아 자금난에 몰리며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 배경으로 장기화된 내수 침체를 지목한다. 소비 위축과 현금흐름 경색이 겹치며 기업의 버팀목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업계 ‘빅3’로 불리던 브랜디(운영사 뉴넥스)가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브랜디를 운영하는 뉴넥스의 매출은 ▲2022년 1191억원 ▲2023년 521억원 ▲2024년 196억원으로, 2년 새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1년 442억원을 들여 인수한 ‘서울스토어’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시너지 효과는커녕 부채만 급증해 뉴넥스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306억원) 상태로 전락했다. 결국 지난 9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시장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밖에도 올해 회생을 신청한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명품 플랫폼 기업 발란을 시작으로 홈플러스, 정육각 등이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발란은 2023년 매출이 약 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6% 감소했고, 영업손실 약 99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회생 신청 당시 발란은 2015년 설립 이래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2023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홈플러스도 지난 6월부터 회생 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해오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1408.6%로 국내 상장사 평균(2023년 기준 108%)의 거의 14배였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회생 법원을 찾게 된 주된 배경으로 기업 자체의 부진을 넘어 고금리에 따른 자금 사정 악화와 내수침체와 맞물린 판매 부진, 업계 경쟁 심화 등을 꼽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대출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반으로 매출 확대와 점유율 확보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2021년부터 금리 인상이 단계적으로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고, 불경기 속 시장 성장세까지 둔화되자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높은 차입 구조가 한계에 부딪히자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무리한 할인행사와 쿠폰 마케팅으로 버텨왔지만, 이는 오히려 수익성을 갉아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부채 상환 부담과 소비심리 위축이 겹치면서 매출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결국 재무건전성마저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올해는 이런 한계기업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경기 지표도 이들이 구조적으로 처한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254조9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0.03%에 그쳤다.
2014년 이후 국내 소매시장은 매년 평균 3% 안팎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올해는 그 흐름이 급격히 꺾였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0.8%)보다도 낮은 수치로, 사실상 ‘성장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전반적인 소비가 줄면서 명품을 주로 취급하는 플랫폼 발란도 타격을 입었다. 또 전반적인 옷 소비가 줄며 브랜디와 같은 업체들도 위기에 빠지게 됐다.
아울러 소비자 접근이 쉬운 온라인 시장보다 오프라인 시장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홈플러스 등의 업체도 회생에 내몰리게 됐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들 기업들의 회생 인가 전 M&A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 기반의 패밀리오피스 투자사 ‘아시아 어드바이저스 코리아(AAK)’를 조건부 인수예정자로 정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발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새 주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에 회생 절차에 돌입한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는 끝내 인수자를 찾지 못해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작은 기업들이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된 것"이라며 "큰 기업들은 경기가 안 좋으면 버틸 수 있지만 매출이 작은 업체들은 그 매출 가지고 버티기 힘든 환경이 됐다"고 발했다.
이에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쿠폰 같은 반짝효과에 그치는 정책이 아닌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경기부양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회생 러시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 때문 만은 아니다"며 "지금 정부가 규제만 골몰하고 있는데 규제보다 경기가 자연스레 순환되고 기업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으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민생소비쿠폰은 링거에 불과하다. 우리 경제가 기초 체력이 있다면 링거를 맞고 건강한 상태로 돌아올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소비 쿠폰을 뿌렸다고 경기가 활성화되는 그런 상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기가 잘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조금 더 큰 틀에서 경제를 보고 움직여야 한다"며 "노란봉투법이나 각종 규제로 기업을 압박하면서도 소비쿠폰을 뿌리는 미시적인 접근 말고 거시적인 환경을 고려한 정책을 다시 세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저가' 내세운 C커머스 공습에 흔들리는 K커머스 [회생잔혹사②]>에서 이어집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