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지 않은 길’ 도전하는 차세대 전략수상함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10.21 07:30  수정 2025.10.21 07:30

급변하는 안보환경 대응 위해

한화오션 혁신역량 총결집…

각자도생의 국제질서 변화 속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담대한 첫걸음

한화오션이 공개한 '차세대 전략 수상함'의 항해 상상도.ⓒ 한화오션

남아프리카공화국 왕따 소년에서 우주적 혁신가로 변신한 일론 머스크(Elon Musk). 그는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주먹으로 코를 맞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픈 기억이겠지만 코뼈를 희생한 대가는 긍정적이었다. ‘두려움에 이끌려 결정을 내리지 않는’ 용기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그래서 “나를 키운 건 역경”이라고 말한다. 일찍이 시인 서정주가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던가.


머스크의 외계인급 상상력과 실행력도 그런 강인한 멘탈에서 나온다.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켜 다행성종으로 만들겠다는 이 몽상가에게 왜 수많은 지구인은 매료되는 걸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거침없이 발을 내딛는 용기와 도전정신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지금 한국의 조선과 방산이 맞닥뜨린 과제 역시 그런 용기와 도전정신에 관한 것이다. 조선·방산은 그동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 성장해왔다. 남들이 닦아놓은 길을 부지런히 배우고 추격해 마침내 선두권까지 합류했다. ‘K-조선, K-방산’이라는 명예도 얻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어느 방향이 맞는지,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홀로 길을 찾고 문제의 해법을 터득해야 한다. ‘패스트 팔로어’를 넘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한화오션이 지난 14일 더플라자 호텔에서 공개한 ‘차세대 전략수상함’은 그런 담대한 도전의 첫걸음이다. 누군가의 주문과 요구에 맞춰 설계한 게 아니라 미래 변화를 예측해 자체 기획해낸 신개념 함정이다. 한화가 축적해온 첨단 기술력과 혁신역량의 결집체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미래전 양상은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 분야를 포괄한 다중영역전으로 확장될 것이다. 전략수상함은 이런 복합적 위협에 대비해 전투성능과 생존성, 효율성,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플랫폼이다.


일단 외형부터 파격적 첨단 선형을 적용해 기존 함정과 차별화된다. 파랑관통형 선수와 텀블홈(Tumble Home) 선체를 통해 해수면을 매끄럽게 운항하면서 스텔스 기능도 대폭 향상되도록 설계했다. 초고강도강을 사용한 충격 강화구조도 갖췄다.


기존 이지스급 구축함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다층방어체계와 무인 전투체계를 기반으로 전장환경에 대응력을 향상시켰다. 특히 자동화 기술과 인공지능 활용을 극대화해 승조원 규모를 70명 선까지 줄인 점은 해양방산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과감한 시도다.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어성철 사장은 각계 대표들에게 차세대 전략수상함을 소개하면서 “한국 함정사에 큰 이정표를 남기고자 기술력과 혁신 의지를 담아낸 결과물”이라고 했다. 경험칙에 따라 해석한다면 한화오션은 지금 몽상가 같은 미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 앞에 산적한 과제들이 하나같이 ‘퍼스트 무버’의 미친 용기와 도전정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 국제 해양질서는 말 그대로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속에서 세계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격변기를 맞고 있다.


한국의 해양방산은 그 소용돌이 한복판에 놓여있다. 변화의 스케일도 과거엔 상상하지 못하던 수준이다. 가령 한미조선협력의 상징인 마스가(MASGA)프로젝트는 이미 산업을 넘어선 국가차원의 현안이다. 중국이 질투성 보복조치에 나설 만큼 민감한 다자간 국제정치 이슈가 됐다.


잠수함을 비롯한 K-함정 수출도 핵심 전략산업이다. 캐나다, 폴란드, 중동 등 메이저 무대에서 초일류기업들과 각축을 벌이는 현 상황은 10여 년 전 동남아 수출경험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함정 수출의 물꼬가 터지면 K-방산 전체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북극해가 열리면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북극 신항로 개척과 자원개발 경쟁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 6대 교역국이자 쇄빙선 강국인 한국에겐 엄청난 기회이자 도전이다. 21세기 대항해시대를 선도하려면 구경꾼이 아닌 이해당사국의 눈으로 북극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이런 수많은 도전에 대한 해법은 낡은 매뉴얼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스스로 ‘퍼스트 무버’가 되어 몸으로 부딪치고 돌파해나가야 한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미친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차세대 전략 수상함은 그 새로운 여정의 서막일 뿐이다.


낯설고 험난한 도전의 성공을 담보할 열쇠는 결국 기술력과 혁신 의지다. 억만장자가 된 후에도 사무실 책상 밑에서 쪽잠을 자는 일론 머스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기술이 자동적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기술은 많은 사람들이 그걸 혁신하려 정말 열심히 노력할 때에만 발전합니다.”

글/ 이동주 한화오션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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