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가 나아가야 할 길은?"…'아름다운 선택'이 던질 질문 [D:현장]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0.14 13:41  수정 2025.10.14 13:42

고향사랑기부제가 일본 고향납세제의 18년을 거울삼아 지역 소멸 위기의 해법을 모색했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아름다운 선택 – 고향납세와 고향사랑기부' 북콘서트가 진행됐다.


ⓒ데일리안

'아름다운 선택 – 고향납세와 고향사랑기부'는 서 2008년 세계 최초로 시행된 고향납세제와, 2023년 한국에서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를 비교·분석해 제도가 단순히 재정의 흐름을 바꾸는 장치를 넘어 시민이 선택하고 행정이 응답하는 사회적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북콘서트에 참석한 공동 저자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일본 테이쿄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를 연구해 왔다. 그는 국제 포럼과 언론 기고를 통해 일본 사례를 꾸준히 국내에 알렸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은 영리·비영리·공공 영역을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왔으며, '돈의 반란', '우리가 몰랐던 진짜 금융 이야기', '은퇴의 정석' 등 사회적 금융과 관련한 저서를 다수 집필했다.


이찬우 특임연구원은 "니가타 현에서 약 6년간 지내며 지방자치의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방정부가 어떻게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지, 그 구조를 몸소 체감했다. 이후 도쿄로 옮겨 교수로 재직하며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를 접하게 됐다"라며 "일본의 경험을 살펴보며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와는 '무엇이 같고 다른가'를 살펴보게 됐다"라고 '아름다운 선택 – 고향납세와 고향사랑기부'를 집필한 배경을 밝혔다.


이 특임연구원은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는 2008년에 시작되어 이제 18년째를 맞았다.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와 기본 구조는 비슷하지만, 운영 방식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법률이 아니라 제도적 합의로 출발했다. 주민세 납부자의 20% 한도 내에서 특정 지자체를 선택해 기부하면 세액 공제를 받는 구조인데, 기부 지역에 제한이 없다. 거주지 외 지역에도 자유롭게 납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적인 차이는 회계 운영이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기부금이 일반회계로 편입될 수 있다. 지정 기부가 아닌 경우, 지자체장이 임의로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 공무원 급여나 지역 산업 투자에도 쓸 수 있다. 반면 한국은 공익사업으로만 한정돼 있어 운용 자율성이 매우 낮다.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민간 포털을 통해 시스템을 확장했다. 지금 등록된 민간 포털이 60개 이상"이라고 양국의 시스템을 설명했다.


이찬우 특임연구원은 일본에서 고향납세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2008년 시행돼 2012년부터 본격화 됐다. 일본은 IT 혁명이 2010년대에 들어서야 일어났다. 이와 함께 고향납세 포털이 등장했고, 이 시점부터 제도가 급성장했다. 당시 납세액이 전체 세입의 0.018%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5% 수준까지 커졌다. 한국도 0.016%에서 출발했으니 향후 4조 원 규모까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있다"라고 전망하면서도 "다만 현재처럼 기부 한도를 10만 원으로 묶어두면 어렵다. 일본처럼 한도를 없애야 제도가 활성화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결국 이 제도의 본질은 명분·실리·시스템 세 가지 축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특임연구원은 "일본은 지방분권이라는 명분 아래 중앙과 지방 간 신뢰를 쌓아가며 실리를 얻었다. 초창기엔 불신이 컸지만, 2012년 이후 정부가 과감히 자율권을 허용하면서 지방정부가 신뢰를 회복했다. 납세자·상공인·정치인 모두가 ‘명분과 실리’를 함께 얻는 구조가 된 것"이라며 "한국도 지금 초기에 불신의 단계에 있다. 중앙은 '지방이 돈을 제대로 쓸까?' 의심하고, 지방은 '정부가 왜 이렇게 통제하느냐' 불만이 있다. 중앙과 지방이 상호 신뢰를 확보해야 제도가 성장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은 모든 게 너무 복잡하다. 단순히 행정적 제어가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기 쉬운 구조를 만드는 게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약할 수 있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도 "일본은 고향납세를 지방창생법이라는 거대한 마스터플랜 아래 설계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 기본 계획 없이 바로 법부터 만들었다. 시행착오를 줄일 여지가 줄어든 셈"이라며 "한도 제한, 병기부 불가, 중앙집중형 포털 구조 등 제도 설계에서 유연성이 부족하다. 기부금 한도를 없애야 하고, 기부자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문 원장은 고향사랑기부제의 모범 사례를 광주 동구로 들며 "광주 동구는 특산품도 없고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전국 1위를 했다.민간 플랫폼을 과감히 도입하고, 디지털 마케팅에 공을 들였으며, 특색 있는 지정기부사업을 개발했다. 구청장의 결단과 공무원들의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 공무원들이 처음엔 귀찮아했지만, 나중엔 '이 일이 내 일의 보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변화했다. 이런 현장의 동력 없이는 제도가 정착하기 어렵다"라고 주목했다.


그는 여기에 일본에서 답례품으로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위해 고민한 지점을 의미있게 봤다.


문 원장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고향납세는 답례품 중심에서 체험형 관광과 지역경제 재설계로 확장됐다. 홋카이도의 시라누카 마을, 큐슈의 미야코노조시는 답례품을 게이트웨이로 삼아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소고기 미트 투어, 수산물 축제 등으로 외부인이 지역을 경험하게 했다. 한국도 지정기부를 통해 지역 문제 해결형 모델을 만들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문 원장은 "결국 이 제도의 성공 여부는 주민의 자기주도성에 달려 있다. 공동체가 파괴된 이후 재건의 관건은 제도 설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공무원, 상공인, 주민이 함께 지역의 철학과 목적을 공유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좁게 보지 말고, 자치·분권·사회적 경제 전체와 연결된 시야로 봐야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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