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장에서 ‘비수기’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연중 대작들이 쉼 없이 무대에 오르며 티켓 판매액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모든 시기가 성수기가 된 시장에서도 ‘극성수기’는 존재한다. 연중 가장 뜨거운 시기는 연말로, 비수기가 사라진 시장의 파이를 더욱 키우는 ‘진짜 성수기’가 시작된 것이다. 올해 연말 역시, 화려한 대작 라인업이 꾸려졌다.
지난해 뮤지컬 시장은 총 4651억 원의 티켓 판매액을 기록하며 견고한 한 해를 보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뮤지컬 티켓판매 현황을 월별로 살펴보면, 티켓 예매수와 판매액 모두 크리스마스와 연말 모임 등이 맞물려 공연 시장이 정점을 찍는 12월이 가장 우수하다. 이 시기 티켓 예매수는 86만6325건, 티켓판매액은 약 565억1620만원에 달한다. 2025년 1분기(1월~3월) 뮤지컬 장르 판매액은 약 1339억 원으로, 연초부터 강력한 시장 파워를 입증했다. 이는 2024년 연말부터 이어진 흥행작들의 힘이 새해까지 지속된 결과로 분석된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여름과 겨울 방학 시즌에 관객이 몰렸지만, 이제는 연중 내내 대작들이 무대에 오르며 비수기와 성수기의 경계가 무너졌다”면서도 “다만 연말연시의 상징성과 분위기는 여전히 티켓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를 겨냥한 대작 라인업이 이를 증명한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3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물랑루즈!’다. 11월 28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하는 이 작품은 189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과 클럽 물랑루즈의 스타 사틴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초연 당시 크리스티안 역으로 극찬받은 홍광호가 다시 무대에 오르며, 이석훈, 차윤해가 새로운 크리스티안으로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14년 만의 귀환으로 화제를 모으는 ‘에비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1월 7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하며,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에바 페론의 극적인 삶을 그린다. ‘날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라는 불멸의 명곡으로 유명하다. 에바 페론 역은 국내 대표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김소향, 유리아가 연기한다. 김소향은 2006년 초연 이후 19년 만에 같은 역을 맡는다.
이 외에도 관객에게 꾸준하게 사랑을 받은 뮤지컬 ‘킹키부츠’(샤롯데씨어터 12월17일 개막)와 ‘렌트’(코엑스아티움 11월9일 개막)를 비롯해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데스노트’(디큐브링크아트센터 10월14일 개막), 김준수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비틀쥬스’(LG아트센터 12월16일 개막) 등 기존 인기 작품들이 대거 연말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쟁쟁한 기존 작품들 사이에서 EMK뮤지컬컴퍼니가 10번째로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단연 돋보이는 기대작이다. 12월 2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하는 이 작품은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세종의 비밀 명을 받고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로 떠난다는 독창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장영실 역에 박은태·전동석·고은성이, 세종 역에 카이·신성록·이규형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025년 공연 시장은 상반기부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KOPIS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체 공연 시장 티켓 판매액은 74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뮤지컬 장르는 유료 티켓예매 비율을 포함한 모든 실적(공연건수, 공연회차, 티켓예매수, 티켓판매액)이 작년 동기 대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중 공연건수 및 공연회차는 각각 약 9%, 11%씩 증가했고, 유료 티켓예매 비율도 0.3%p 상승하여 전체 티켓판매액 성장을 견인했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상반기의 성장세와 강력한 연말 라인업 고려할 때, 2025년 뮤지컬 시장은 2024년의 465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히 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명작의 귀환과 새로운 창작 초연 등의 다양한 시도들이 함께 이뤄지면서 양적, 질적 성장이 함께 이뤄지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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