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 “강남 공급 늘려야 집값 잡아…속도에 목숨 건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 적용…최고 49층, 5893가구 탈바꿈
“주거환경 열악, 한시가 급해”…30년 착공, 34년 준공 목표
“이렇게 비가 계속 오면 시멘트가 물을 머금고 있어서 비가 그친 뒤 며칠 내내 물이 떨어져요. 아무리 보수를 해도 나아지는 게 없고 위·아랫집이 원수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시가 시급한데 서울시가 재건축을 더 빨리 추진하도록 도와주겠다니 희망이 생기죠. 얼마나 좋아요.”
13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대표 노후 단지인 ‘은마아파트’에 40년째 거주 중인 한 조합원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날 오전 이 단지를 찾아 노후 현황을 점검하고 주민들과 만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시즌2’를 적용해 정비사업 관련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정비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도입한 공공 지원 계획이다.
시즌1에서 정비구역 지정까지 종전 5년에서 2년까지 사업 기간을 단축한 데 이어 시즌2는 불필요하고 중복되는 인·허가 절차를 줄여 사업 기간을 1년 더 단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평균 18년 6개월 걸리던 정비사업 기간을 12년까지 단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즌2가 본격화하면 강남구 전체적으로 정비사업 진행 중인 34개 단지 중 2만5000가구가량이 오는 2031년까지 착공에 들어간다. 시는 2035년까지 5만가구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단 구상이다.
은마아파트는 신통기획 시즌2 첫 수혜단지가 됐다. 대규모 단지로 공급물량을 대폭 늘릴 수 있고 이를 통한 부동산 가격 안정화 효과도 적지 않을 거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면 서울 아파트값을 안정화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강남 아파트값을 안정시키는 게 관건”이라며 “6000가구가량 공급되는 은마는 강남에서도 (재건축이) 빨리 진행되면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지여서 그동안 없던 인센티브를 통해 속도를 내도록 조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지역·단지에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서울시 전체의 물량 확대 공급을 위한 물꼬를 트는 작업”이라고 부연했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도 처음 도입된다. 이에 따라 기존 용적률 300%에서 331.9%로 사업성이 개선돼 655가구가 추가 공급된다. 해당 물량은 공공분양 195가구, 민간분양 227가구, 공공임대 233가구 등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신통기획 시즌2를 통해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은마아파트는 기존 14층, 4424가구에서 최고 49층, 5893가구 대규모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시는 오는 2030년 착공, 2034년 준공을 목표로 속도감 있는 재건축을 약속했다.
오 시장은 “시는 가능한 절차를 앞당기는데 사력을 다했고 충분히 지원하겠단 의지가 충만하다”며 “지난 3~4년 간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는 주문을 계속해 왔고 그런 것들이 결실을 보는 상황에서 이제 속도를 내는데 가장 큰 관건은 주민들 사이 갈등 요소가 최소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지난 1996년 재건축 논의가 시작된 이후 계속해서 부침을 겪다 30년 만에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서다.
한 조합원은 “누수로 방마다 물이 새는 건 일상이고 복도는 곰팡이가 도배를 해 청소해도 사라지질 않는다”며 “밖에선 집값이 수십억씩 한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정작 사는 사람들은 주거 환경이 열악해 정신과 진료를 보거나 우울증 치료를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을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 곳도 없는데 서울시가 궂은 날씨에도 이렇게 애써주니 고마울 뿐”이라며 “죽기 전에 쾌적한 집에서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다는 꿈이 점점 가까워지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서울시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바탕으로 서울시 목표보다 2년 앞당긴 2028년 착공에 들어가도록 고삐를 당기겠단 각오다.
최정희 은마아파트재건축조합장은 “서울시 지원이 없었다면 추진위원회에서 조합 설립, 정비계획 변경, 통합심의까지 이 정도 속도로 진행될 수 없었다”며 “올 연말까지 통합심의 접수를 마치고 내년 심의를 통과하면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 및 철거 등의 절차에 이어 2028년 착공하겠다는 목표도 절대 허황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는 속도에 목숨 걸고 있다”며 “정부가 아파트값이 너무 오르니 추가 대책을 마련한다는데 어떤 내용이 나올지 모르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빠른 속도로 신규 주택을 얼마나 많이 공급하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은마가 최대한 재건축 속도를 빠르게 해서 입주하는 건 정부의 방향성에도 정확히 부합한다”며 “서울시로서는 할 수 있는 걸 늦출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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