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행안부, 두 개의 컨트롤타워 책임 공방
국감 앞두고 국정자원 화재 ‘뜨거운 감자’ 부상
지방 소멸 위기, 디지털 격차는 문제도 관건
윤호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중대본 회의에 앞서 국민께 죄송하다며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행정안전부 국정감사는 한 해 동안 국가안전망을 뒤흔든 대형 재난과 시스템 마비, 그리고 지방 격차 심화라는 파고 위에서 여야와 국민 모두의 관심 속에 막을 올린다.
정치권 안팎에선 ‘컨트롤타워 이원화 등 구조적 한계에 대한 근본 진단과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등 연이어 터진 정부 전산망·현장 행정의 ‘불안감’과 복구 지연이 행안부를 정면 겨냥하고 있다.
여당은 ‘국가적 재난·재해 대응 컨트롤타워의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하라’고 주문하는 한편, 야당은 ‘국민 삶을 위협하는 정책 혼선과 시스템 불신을 불씨로, 근본 개선 없는 집행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올해 국감 관전 포인트는 정치권의 책임 공방을 넘어, 데이터와 현장에서 드러난 현실 문제의 해법으로 정책 신뢰 회복과 국가 안전정책의 새 판짜기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원화된 재난 컨트롤타워’…구조적 혼선 도마 위
세월호 참사 이후 도입된 이원화 시스템 탓에 대형 재난 시 두 개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동시에 가동된 일이 수차례였다. 법 개정 이후 10년이 지났음에도 책임과 의사결정권 분산은 여전한 쟁점으로 국감 테이블 단골이 된 상태다.
한 현직 의원은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 중대본 주관이 매번 달라 혼선과 판단 지연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4~2025년 대형 화재·폭우 대응에서도 이러한 현장이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행안부 한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전문성과 효율을 분리하려는 것이나, 현장에서는 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첩과 혼란만 부각된다”고 토로했다.
재난 컨트롤타워 일원화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지휘체계 정립 등 세부적인 사안에서 이견차를 보이는 양상이다.
민주당 국감 준비단은 “국민 안전에 관해 이원화된 재난 대응 체계가 반복된 혼선을 낳고 있다. 총리·장관 이원화 구조로 현장의 명령계통 혼동이 발생해 신속대응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실질적 책임과 권한 일원화가 시급하다”고 논평을 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두 컨트롤타워의 혼선과 책임 분산은 국가적 위기에서 국민 안전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대통령-총리-장관 단계의 명확한 위기관리 매뉴얼과 현장 지휘체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 생활 직격탄’ 대형 전산망 사고…복구 지연과 불신
지난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로 647개 정보시스템이 가동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행안부는 오는 11일까지 주요 시스템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국정자원 화재는 국감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불과 보름 사이에 행안부 직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도 국감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다.
이에 대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복구 속도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공개 사과했다. 이어 “인력과 예산을 총동원해 민간 전문가와 연구기관 인원까지 현장에 투입, 복구 속도를 높이겠다”며 “국민 불편 시스템 복구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주민등록·재난지원·정부24 등 국민 필수서비스가 단숨에 차단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최근 공공기관 해킹 피해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경우 ‘12만명 연구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까지 확산됐다.
IT·보안전문가들은 “관제 체계와 실전 대응시스템 콜드 체킹이 필수적”이라며 “정부 사이버보안 의무대상기관 확대와 대응시스템 재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대통령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행안부 장관의 책임 있는 행보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 핵심 전산망이 마비되고 담당 공무원이 극한 압박에 생을 마감한 현실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대통령과 정부의 총체적 무능·무책임 규명 위해 별도 국정조사나 특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는 예산 부족 탓의 클라우드 이중화 공백과 허술한 재난복구체계가 참사를 키웠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행안부 장관을 경질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혁신, 디지털 전환’…수도권-비수도권 격차와 균형성장
지방소멸 현상, 비수도권 인구 역전, 초고령사회 진입에 더해 디지털 정부 혁신의 지역 간 격차 또한 올해 국감 주요 현안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통해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도시와 농촌의 재정 격차, 주민행정 서비스 접근성 등에서 차별적 현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호중 장관은 지난 2일 “제가 현장을 방문해 연휴 기간 현장 서비스와 국민안전 대책을 직접 점검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연휴 기간에도 행정 서비스가 멈추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방재정 균형지원, 초고령·1인가구 대응, 디지털 기반의 현장 밀착형 혁신 등도 강도 높은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지방소멸 위기가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균형발전과 지역 맞춤형 디지털 혁신이 절실하다”며 “정부는 구호에 그치지 말고 현실적인 지원책과 예산 배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행안위 위원들은 “지방의 스마트시티·공공서비스 디지털화는 필수”라며 “혁신 없이 균형성장도 의미 없다. 신도심-노후도심간, 시·군간 격차 해소가 국가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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