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판·수사 안된 성폭력피해자 신상 유포 처벌 불가"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5.10.01 15:59  수정 2025.10.01 16:00

피해자 나체 사진 및 동영상 유포 혐의는 유죄 인정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비밀준수 위반 혐의' 무죄

'수사 또는 재판 중이거나 마친 사건'의 피해자로 한정

"피해자 범위 확장 해석, 죄형법정주의 원칙 어긋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 신상을 유포했더라도 수사나 재판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던 당시에 발생한 행위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30대 남성 A씨의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비밀준수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피해자의 나체 사진 및 성행위 동영상을 텔레그램, 라인 등의 메신저 프로그램과 X(옛 트위터)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기고 피해자의 이름과 나이, 직업 등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1·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지만 비밀준수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성폭력 피해자의 신원 및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조항인 성폭력처벌법 24조 중 2항은 '누구든지 1항에 따른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1항은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진 또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즉,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해자'는 수사 또는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됐던 사건의 피해자로 한정해서 봐야 하는데 A씨의 경우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전달했을 당시에는 비밀준수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만큼 비밀준수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제24조 제1항의 수범자(법률을 적용받는 대상)는 '성폭력 범죄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한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인데, 성폭력 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수범자가 있을 수 없다"며 "이 조항 보호 대상인 '피해자'는 성폭력 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됐던 피해자임이 문언상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제2항은 수범자를 '누구든지'라고 확대하면서도 보호 대상은 '피해자' 또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로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1항에 따른 피해자'로 한정해 규정하고 있다"며 "이와 달리 이를 '모든 성폭력 범죄 피해자'로 해석하는 것은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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