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결정권·유통 구조 감독 강화 우려…경영 부담
업계 "기업 활동·실적 방어 정부 차원 지원책 절실"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 안정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자 식품업계 전반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해치고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기후 변화, 환율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내수 경기까지 침체된 상황에서 가격 결정권과 유통 구조에 대한 감독이 강화될 경우 기업 경영에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냐”며 “물가안정이 곧 민생안정이라는 자세로 물가안정에 최대한 신경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식료품 물가 상승이 시작된 시점은 2023년 초인데 왜 이때부터 오르기 시작했는지 근본적 의문을 가져야 한다”며 “이때부터 정부가 통제 역량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해 “담합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며 “독과점 기업에 대한 강제 분할을 미국에선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관련 제도가 있는지, 가격 조정 명령도 가능한지” 등을 질문하며 구조적 문제나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 공정위가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불공정행위를 하는 기업들의 고삐를 놔주면 담합·독점을 하고 횡포를 부리고 폭리를 취한다”며 “조선시대 때도 매점매석한 사람을 잡아 사형시키고 그랬다. 이런 문제를 통제하는 것이 정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일을 살 때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 뛰듯이 한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 다른 품목 가격도 같이 오른다는 것”이라며 “이는 시장의 원리가 아니다. 물가로 인한 서민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품업계는 물가 안정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연일 강경해지고 있는 것에 주목하며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취지에 동참하며 할인 행사 및 가격 인하 등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정세, 환율, 유가 등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과 내수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35.21로 7월보다 0.3% 상승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커피(13.4%), 안료(3.8%), 기타귀금속정련품(2.4%), 플래시메모리(1.0%), 냉동수산물(1.1%)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여기에다 미국이 원두 주 생산지인 브라질에 50% 과세를 부과하면서 원두 가격은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8월15일 기준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톤당 9531달러까지 올랐다. 8월15일 7532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여 만에 가격이 20%가량 뛴 셈이다.
식품업계는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올 2분기 국내 16개 주요 상장 식품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0%로 1년 전 대비 0.3%포인트 감소했다. 올 2분기 1000원의 매출을 올리고 이 중 60원의 이익을 남긴 것이다. 기업별로 보면 대체로 5% 안팎이다.
업계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을 하게 되면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쉽지 않고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나는 등 결국 K푸드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 인상의 경우 단순히 기업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유가나 환율 등 외부 요인도 고려해 이뤄진다”며 “기업들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을 고려해 기업들이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안정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투자가 지속 이뤄져야 하는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인 통제보다는 기업의 경제활동과 실적 방어를 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부 기능 붕괴와 기업 담합 책임을 공개 비판한 만큼 규제 강화 및 처벌 확대를 논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원가 상승과 지속적인 정부의 가격 압박을 받아온 상황이고 내수 경기까지 침체된 현 시점에 식품 및 유통업계는 가격 결정권과 유통 구조에 대한 감독 강화 대상이 될 수 있어 기업 경영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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