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 탈출 위한 '첨단 산업 솔루션' 신사업 승부수
소비자 사업 한계 넘어 첨단 솔루션 기업 도약 노린다
LG그룹이 첨단 산업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룹 전반이 성장 정체와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 LG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장비의 핵심으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전자 및 전자부품 계열사들은 가전·디스플레이 등 세트사업의 성장 정체, 특히 중국 회사들의 저가 추격과 국내외 경기 침체에 직면해 있다.
LG전자는 TV·가전 사업이 성숙기에 이르러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전자부품사인 LG디스플레이는 중국 패널사의 저가 추격에 시달리고 있고, LG이노텍이 경우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아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특히 LG전자는 오랫동안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지만, ‘가전·TV’라는 소비자 시장 중심 사업 비중이 크다는 한계 탓에 글로벌 수요 둔화, 관세 리스크, 경쟁 심화 등 외부 충격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LG가 눈을 돌린 곳이 바로 반도체 장비 시장이다. 회사가 주목한 분야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HBM 공정의 핵심 장비 ‘하이브리드 본더’다.
HBM은 수십 개의 메모리 다이를 적층해 대역폭을 높이는 구조인데, 이를 구현하는 정밀 본딩 기술은 반도체 성능과 직결되는 핵심 장비로 꼽힌다. LG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해 2028년 양산 검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도전을 LG전자의 새로운 성장 동력 탐색이자 동시에 기존 사업이 더는 안정적인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는 위기의 반영으로 해석한다. 결국 본더 시장 진출은 장기적으로 그룹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존 사업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라는 지적이다.
본더 시장은 현재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 진출한 시장이다. LG전자 입장에서는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려운 도전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B2B 장비·솔루션 사업 확대와 그룹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불가피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이미 HVAC(냉난방공조), 전장,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 B2B 영역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조주완 사장은 “B2C 중심 사업에서 B2B 중심 질적 성장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LG화학 역시 반도체 패키징 핵심 소재를 개발하며 관련 시장 진출을 하고 있고 또 전자부품사인 LG이노텍도 반도체 기판 사업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어 시너지를 내려는 행보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그간의 LG전자의 B2C 사업이 부진에 빠진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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